따개비 조개도 아니고 먹을 수도 없고 자라기는 잘도 자라 붙을 수만 있다면 바다속 어디고 붙어 산다 무심한 저 따개비 해로운 것이라 몰아세우지 말자 당장 사람에게 쓸모가 없다 해도 그건 따개비의 쓸모를 모르는 사람들의 죄이다 수십만 동물들 다 사는 이유가 있는데 사람 용도에 따라 너무 편가르지 .. 바람길 2005.03.24
맴맴 징검다리를 세 사람이 걷고 있다 아마 한 가족 같다 어린이는 성큼성큼 잘도 건넌다 언니가 된 듯한 처녀는 어린이 뒤를 바짝 쫓으며 사뭇 조심스럽다 아버지로 보이는 맨 뒤 남자는 넘어지기 일보직전이다 기우뚱거리며 한발 뗄 적마다 옆에서 보는 내가 더 조마조마 한다 저 뚝 너머는 꽤 깊은 물이 .. 바람길 2005.03.24
물좀 주소 물좀 주소 한대수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소 물은 사랑이여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아 가겠소 난 가겠소 저 언덕위로 넘어 가겠소 여행 도중에 처녀 만나 본다면 난 살겠소 같이살겠소 아아아..................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이소 그 비만 온다면 나.. 바람길 2005.03.24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게 해 주십시오 죽은 듯이 세월 따라 또는 사람들 흐름 따라 한 십 년 흐르게도 해 주십시오 이러나 저러나 다 당신의 품 속 아니겠어요 한때는 저 잘난 맛에 강둑을 넘치기도 하였으나 강물의 참뜻은 강둑 안에서 도도히 흐르는 것임을 한참을 맴돈 후에야 알았습니다 자갈을 쓰.. 바람길 2005.03.24
열매에 대하여 동물이나 식물이나 본능적으로 자신의 대를 잇기를 바란다 그것은 조물주의 숨겨진 섭리이다 식물은 씨로써 대를 잇는다 그런데 조금 생각해 보면 이 씨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씨와 열매와 과일이다 씨는 우리가 흔히 보는 작은 알갱이로써 그 속에 무수한 유전인자와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가장 간.. 바람길 2005.03.24
낮에 나온 반달 낮에 나온 반달 스무사흗날 몹쓸 스무사흗날 정말로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잔망스러운 기대를 그려보며 밤새 뒤척이던 나를 지켜보더니 아무 할 일 없는 아침에 저 반달 민망하게도 멀뚱멀뚱 저 혼자 중천에 떠 있다 어젯밤 또 누가 잠 못 들고 한밤중에 저 하연달을 보았으랴 네 꿈속에서 꿈결같이 .. 바람길 2005.03.04
꽃길 꽃길 아무 이유도 없어요 아니 물으셔도 됩니다 그냥 오늘 따라 그냥 당신과 같이 이 꽃길을 걷고 싶습니다 하 많은 세월 속에서 그 많은 시간을 접어 둔 채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그리워해야 했습니까? 만나면 그 순간부터 헤어질 것을 안타까워 했습니다 견우 직녀도 아니면서 연오랑 세오녀도 아니.. 바람길 2005.02.21
이만큼은 아닙니다 이만큼은 아닙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맘 버선목처럼 뒤집어보여도 이만큼은 아닙니다 당신을 향한 내 가슴 엑스레이에 MRI촬영을 해도 이만큼은 아니랍니다 당신에게 몽땅 드리고 싶은 내 열정 내 온 생애를 담보로 한다 해도 이만큼은 아니랍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 눈 감기 전까지는 .. 바람길 2005.02.15
빈의자 오라 당신이여 내게로 오라 나 비록 낡고 볼품없지만 즐거이 너의 편안한 의자가 되어 세파에 흔들리며 지친 너의 몸과 맘을 안아주고 보듬고 쓰다듬고 도닥여 안락한 꿈의 세계로 이끌리니 지친 몸을 이끌고 오라 내게로 오라 당신이여 오라 꽃사진을 찍으러 산과 들로 다니다 보면 양심불량으로 여.. 바람길 2005.02.14
바다의 협주곡 그건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사랑의 꼭대기에서 온몸을 부서뜨리며 산산히 물보라를 날리면서 철썩~~ 나는 또 애꿎은 모래알만 들볶을 뿐이었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 네 몸속에서 나는 어쩔 수 없었다 바다의 협주곡 바람길 200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