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낮에 나온 반달

noseein 2005. 3. 4. 13:28



 



낮에 나온 반달

 

 


스무사흗날 몹쓸 스무사흗날
정말로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잔망스러운 기대를 그려보며
밤새 뒤척이던 나를 지켜보더니
아무 할 일 없는 아침에 저 반달 민망하게도
멀뚱멀뚱 저 혼자 중천에 떠 있다

 

어젯밤 또 누가 잠 못 들고
한밤중에 저 하연달을 보았으랴
네 꿈속에서 꿈결같이 흐르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또 가고 있다

 

돌이켜보아야 쓸데없는 일인걸
한때 짐짓 좋았던 일로나 기억한다
꼬부랑할머니 치마끈에도 채워지지 않고
이제는 길가던 개조차 거들떠 안본다

 

이 황홀한 세월에 누가
지는 아침 뜨는 반달을 보랴
밤새워 또 부푼 꿈을 안고
아무도 모르는 지구 저편을 달리고 달려
당연한 듯 모르는 듯 또 도리없이도
내일 밤 자정에 창문을 흔든다

 

 

너는 낮에 일하고 반달은 밤에 일한다


동요 - 낮에 나온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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