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자 1. 이런 이야기 내가 쓴 헐렁한 시 중에 시인이란 제목이 있다. 시인 가슴을 숙여야 한 시인 평생 단 한 편 시를 쓰더라도 온몸으로 시를 살아가는 사람 머리를 숙여야 할 시인 마음을 가다듬고 밤을 새우며 시다운 시를 쓰려고 애쓰는 사람 악수를 해야 할 사람 머리를 굴려가며 끄적끄적 그럴듯한 말.. 사랑방 2008.08.23
창포 창포 꽃창포 붓꽃 창포 김종태 너에 대해서 틀리게 아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과 넌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니? 예를 들면 사랑이라는 것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과 사랑이라는 것을 엉뚱하게 잘못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을 고르라면 누굴 고르겠니? 네 이름은 알지만 너를 본 적이 .. 야생화 2007.06.16
금낭화 금낭화 김종태 피같이 붉은 꽃은 초록 줄기도 붉게 물들이고 어찌나 예쁜지 한 번 본 사람은 그냥 지나치지 못 하네 생김새 묘해 말로는 못 해 조르르 올망졸망 꽃주머니 무거워 줄기는 휘고 보여줄까 말까 슬쩍 흰 속자락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니? ……… 나는 알지 그 속 텅 빈 기다림 .. 야생화 2005.02.05
금꿩의다리 금꿩의다리 김종태 말 못할 사랑 품고 기다리는 것은 그리움 모르는 외로움보다 괴롭다 돌아설 줄 알면서도 반겨야 하는 것은 떠난 뒤 슬픔보다도 더욱 애처롭다 사랑은 환상과 욕망의 이중주 시들 줄 알면서도 꽃은 또 핀다 버릴 줄 몰랐던가 그래도 님 그리워 보여줄까 말까 뒤척이던 .. 야생화 2005.02.05
괭이밥 괭이밥 김종태 작다구요? 쓴 맛 단 맛 다 알고 새콤도 하다오 세상 더럽다구요? 빗방울도 뿌리치니 날 적시지 못하오 한 뼘 키는 바지랑대 굽어보고 손수건 넓이면 아흔아홉 칸이오 해바라기 당신 눈에 내가 띄기나 하겠소 밴댕이 그 속이 행여 이 기쁨 알기나 하겠소 괭이밥 2 그래 잎사.. 야생화 2005.02.03
광대나물 광대나물 김종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지만 할 일 찾아 헤매다 주저앉은 개울가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지만 실패 뒤에 다시 반기는 건 시련도 없는 절망뿐 흘러가는 저 물같이 누가 살라고 했던가 옴짝달싹할 수 없는데 세상만 물같이 흘러간다 볼품없는 작은 꿈 하나라도 피워.. 야생화 2005.02.03
골무꽃 골무꽃 김종태 행여 서운하다 하지 마 다 그런 거 아니겠니 네가 아무리 곱다 한들 님이 언제까지나 너만 보겠니 네가 미워져서도 아닐꺼야 네가 잘못한 것도 없어 그렇다고 이제 와서 새삼 그 님이 나쁘다고 하겠니 잠시 너를 보고 나 하나한테 온 마음 빼앗겨 네 곁에 머무르며 행복했.. 야생화 2005.02.03
골등골나물 골등골나물 김종태 하늘만 보고 키워온 꿈 가슴 조려 품어온 님 알알이 연자주 알갱이들 송알이 옹기종기 무더기 이슬이 설레이고 바람이 흔들어도 내사 모른다 그런 것 앙가슴마다 영그는 세월 연자주 익어가 벌써 분홍 한여름 내내 기다리다 지쳐 이제 마악 하얗게 터지려는데 호랑나.. 야생화 2005.02.03
고추나물 고추나물 김종태 있어도 없는 너는 길고 긴 여름날 없어도 버젓이 있는 너는 또 짧고 짧은 여름 밤 떨구지 못한 미련 들쳐메고 터덜터덜 산자락을 걸을 때 가녀린 몸매로 무릎도 안 되게 피어 갈 필요도 없는 발길을 잡는 고추나물아 네 몸에 온통 검은 선과 점 한 발짝만 멀어지면 하나도.. 야생화 2005.01.31
고마리 고마리 1 김종태 개울가 도랑 옆에 살아도 끌밋한 잎사귀 하늘을 찌른다 졸졸 흐르는 물에 씻겨 꽃잎 새하얗다 그 속에서 빨래하는 누나 손목보다 더 흰 꽃잎 끝에 손톱 봉숭아물보다 더 곱게 물든 입술 토라져 뾰죡 내민 앙증맞은 자태 물처럼 흘러간 사람을 기다리다 못내 터져버려도 .. 야생화 2005.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