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나물
김종태
있어도 없는 너는
길고 긴 여름날
없어도 버젓이 있는 너는
또 짧고 짧은 여름 밤
떨구지 못한 미련 들쳐메고
터덜터덜 산자락을 걸을 때
가녀린 몸매로 무릎도 안 되게 피어
갈 필요도 없는 발길을 잡는 고추나물아
네 몸에 온통 검은 선과 점
한 발짝만 멀어지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코 앞에 들이대고 칙칙하다 또 말하는구나
보아야 할 것은 외면한 채
아니 보아도 될 것만 고집하는 나는 또
없으면 가벼워 좋은 것이고
있으면 살가와 더욱 좋을 사람을
있으면 코 앞에 들이대고 투정하며
없으면 가슴 달아 조바심이다
살아봐야 고작 남은 세월
짧은 여름 하룻밤인데
한때는 없다고 그리워하고
또 한때는 있어서 타박만 한다
고추나물 Hypericum erectum THUNB.
논둑이나 약간 습한 곳에 자라는 물레나물과의 다년초.
높이 20-60 cm 이고 원줄기는 곧게 자라고 둥글다.
위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잎은 마주나고 서로 접근하여
원줄기를 감싸안는다. 꽃은 가지 끝에 많이 달리며 7-8월에
피는데 하루만에 스러진다. 꽃잎에흑점과 흑선이 있다.
한자명은 小蓮翹(소련교)이고 잎에 hypericin, α-terpineol이 있어
지혈 수렴 통유 자궁출혈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