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뱀도 무섭지 않다 무서운 것은 오로지
꽃사진을 찍다보면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 한다.
등산로에는 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 다니는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다 보면 뱀도 만난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떤 때에는 알을 품던 새가
놀라 푸드득 날아가는 바람에
내가 더 놀란다.
벌은 같이 노는 친구가 되었다.
어떤 때에는 고라니가 후다닥 튀어나가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는다.
때로는 조용한 숲속에서 나 혼자인 줄 알고 사진을 찍다가
약초꾼을 만나면 놀라기도 한다.
정말 사람이 무섭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두려운 것은 다른 데 있다.
꽃은 주로 산골짝에 많다.
깊은 산골짝에는 대부분 휴대전화가 불통이다.
비탈을 오르거나 내려가다가 자칫 잘못하여
뒹구르는 날이면 낭패이다.
그러다가 바위에 부딪기라도 하는 날에는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실족하여 발이라도 부러지거나 삐면
어디라도 다치게 되면 언제 누가 구해줄지
까마득하기만 한 것이다.
산골짝이고 등산로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기가 힘든 것이다.
아침에 출사할 때마다 무사를 기도하고
끝나고 돌아오면 죽지 않았음에 감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