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야생화 - 이십 년 내 인생 <9회 연재>
나도 처음엔 열 가지도 몰랐다.
1987년 까지는 나도 야생화의 이름을 열 가지 정도밖에 몰랐다.
보통 사람들이 흔히 아는 몇 가지들, 어릴 때 갖고 놀던 것들이었다.
냉이, 씀바귀, 질경이, 쇠비름, 돌나물, 방동사니 등 몇 가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88년 쯤 시장통에서
좌판에 냉이를 놓고 파는 할머니와 그 냉이를 보고
가슴에 와 닿는 뭉클한 것이 있었다.
그때 새삼 우리 주변에 야생화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야생화와 우리 서민들은 무엇인가 서로 닮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야생화를 가지고 시를 써야겠다.
그때만 해도 아무도 야생화에 눈을 돌리거나 거들떠보지 않던 시절이었다.
야생화를 배우려면 우선 도감이 필요했다.
서점에 갔지만 그때에는 변변한 도감이 없었다.
아무튼 도감을 사서 매일 끼고 살면서 휴일만 되면 산과 들로 나갔다.
그때 쓴 내 첫 꽃시 <냉이>가 이렇다.
냉이
길고 고된 겨울 / 삭풍과 폭설 속에 /
외로움을 잉태하며 / 뿌리로만 살찐 너 /
세상 모르는 계집애 / 바구니에 기다린 듯 담겨 /
어느 초라한 시골집 / 토장국 속에 몸을 풀었다 //
추운 겨울일수록 / 모질게 버텨왔고 /
황량한 봄일수록 / 상큼한 네 향기 /
볼품없는 꽃 모습 / 못생긴 잎사귀 /
그 누가 타박하랴 / 뿌리로만 말하는 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