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요등
김종태
엄마 입술연지를 몰래 훔쳐 바르고
입술이 온통 빨간 개구쟁이 아이들이
올망졸망 쪼르르르 오롯이
옹기종기 고만고만 사뿐이
솜털 송송 보송보송 앞으로 나란히
조잘조잘 깨득깨득 열중 쉬어
선생님은 말없이 빙긋이 웃기만 하고
아이들은 아마도 세 시간은 더 떠들어야 할 것 같다
계요등
쌍떡잎식물 꼭두서니목 꼭두서니과의 낙엽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학명 Paederia scandens
분류 꼭두서니과
구렁내덩굴·계각등이라고도 한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이나 바닷가 풀밭에서 자란다.
길이 5∼7m이다. 어린 가지에 잔털이 나고 독특한 냄새가 난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 모양이거나 달걀처럼 생긴 바소꼴이며
길이 5∼12cm, 나비 1∼7cm이다. 끝은 뾰족하고
밑부분은 심장 모양이거나 수평이다.
가장자리는 밋밋하고 뒷면에 잔털이 있거나 없으며 잎자루는 길이 1∼6cm이다.
꽃은 7∼9월에 피는데, 흰색 바탕에 자줏빛 점이 있으며
안쪽은 자줏빛이고 지름 4∼6mm, 길이 1∼1.5cm이다.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원추꽃차례 또는 취산꽃차례로 달린다.
꽃받침과 화관은 5갈래로 갈라지고 수술은 5개이다.
열매는 공 모양의 핵과로서 지름 5∼6mm이며 9∼10월에 노란빛을 띤 갈색으로 익는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한방과 민간에서 거담제·거풍제·신장염·이질 등에 약으로 쓴다.
한국(제주도·전라남도·전라북도·충청남도·경산북도·경기도)·일본·타이완·
중국·필리핀에 분포한다. 잎이 넓고 뒷면에 부드러운 털이 빽빽이 나는 것은 털계요등(var. velutina)이라고 한다.
계요등은 주로 남부지방의 산과 들에 자라는 낙엽 덩굴성 식물입니다.
바닷 바람을 좋아해 특히 해안 지방에 많이 자라며 부산이나 제주에서는
도심지 양지바른 풀밭 혹은 화단 등에서도 야생합니다.
건조한 땅에서 잘 견디고 맹아력이 강하여 마디마다 새싹이 돋으며 덩굴이 길이가 7m까지 자랍니다.
꽃은 7월 초순부터 9월 중순까지 피고 흰색이지만 화관통 안쪽은 자주색입니다.
작은 종모양의 이 꽃은 크기가 작아서 자세히 들여다 보기 전에는
그 본래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힘든 꽃입니다.
흰빛을 띤 표면과 가운데 붉은 빛 잔털이 잘 조화되어
햇빛 아래에서 보면 매우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런데 꽃은 예쁘지만 향기는 별로여서 구린내덩굴이라 불립니다.
오죽하면 꽃의 이름이 계요(鷄尿), 즉 "닭오줌 냄새나는 등나무" 라고 불렀겠습니까?
제가 옛날 맨 처음 이 꽃을 살펴 볼 때는 이름 때문에 좀 긴장을 하고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실제로 냄새를 맡아보니 냄새가 그리 진하지 않아서 그런지 전 잘 모르겠더군요.
옹골종골 어여쁜 꽃 지독한 냄새에 화들짝
박덕선 숲 해설가
선풍기를 틀면 춥고 끄고 나면
땀이 나는 간절기의 한낮은 변덕스럽기도 합니다.
은행 갔다 오는 가로수 길 보도블록 틈새에 무리지어
피고 지던 괭이밥·쇠비름·땅빈대 이네들에게 벌써 가을이 왔나 봅니다.
괭이밥 잎 언저리가 불그스름하니 물이 들고
탱글탱글 품고 있던 씨앗 꼬투리는 벌써 터져 빈 깍지만 남았습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쇠비름 새까만 씨앗을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아름드리로 큰다던 겨자씨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작고 작은 씨앗 한 알에 들어 있을
우주 이야기가 나를 태초로 끌고 갔다 나오곤 하여
아직 한 볕 따가운 동네 길을 걸어 보기로 합니다.
아파트 화단 쇠 울타리 사이로 요리조리
그물 뜨듯 얽혀 있는 닭의덩굴 열매도 노릇하게 익어 가고
장미 넝쿨 우거진 사이사이에 한창으로 피어난 계요등 꽃이 화들짝 반갑습니다.
어디서 요런 예쁜 모양과 빛깔을 빚어 왔을까...
흰 바탕에 진자색 무늬의 작은 꽃 수십 송이가
옹골종골 종 모양으로 달려서 피어 있는 모습이 정말 놀랍습니다.
몇 년 전 이 꽃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계요등(鷄尿藤). 계요등이라 무슨 연유로 붙은 이름일까?
닭의 오줌과 등 모양의 꽃이 어떻게 만나 계요등이 됐을까?
궁금증이 물밀 듯 일어 요리 보고 조리 보고 뜯어보고
먹어보다가 무지막지한 냄새에 혼비백산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는데 지나가던 할머니가 보고
섰다가는 “그거 꾸렁내덩굴 아니가?” 하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줄기와 잎에서
나는 지독한 구린내는 닭오줌 냄새였습니다.
실제 ‘구렁내덩굴’이라고도 하는
계요등을 그렇게 만난 뒤로 도시든 산야든
길섶이나 울타리 가에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꼭두서니과의 덩굴 식물로
전국 어느 곳이나 잘 자라는 이 계요등은 한여름 흰색 바탕에
진자색 테두리와 반점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은 종 모양의 꽃이 핍니다.
9~10월에 쇠비름 같은
작은 씨앗이 가득 들어 있는 열매를 맺는데
작은 공 모양의 황갈색 열매가 금빛 광채를 내며 익어 갑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화단이나 길가에서도
쉼 없이 피고 져도 무심코 지나치면 보이지 않습니다.
꽃송이가 아주 작기 때문에 지나치기 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 앙증스럽고 아름다운 꽃이랍니다.
꽃에서는 구린내가 나지 않으며 잎을 따서 비비면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데 줄기와 뿌리는 한방과 민간에서 해소·거담·
이질·감기·신장염 등의 여러 질병에 다른 약재와 처방하여 쓴다고 합니다.
꽃이 너무 작아 벌 나비가 찾아 들기 힘들기 때문에
낮은 곳을 자주 찾는 개미나 날파리 같은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해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지 않나 생각되는데요.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참 지혜로워 보인다고 붙은 꽃말이겠죠?
‘지혜롭다’는 꽃말을 갖고 있답니다.
청정 지역인 산야로 쫓겨 가지 않고
도시 길가서도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한 이 꽃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