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가래꽃 1
김종태
논뚝 물가 어디나 있다는데
당고개 너머 논에서 처음 보고
이상하게도 생겼다
외진 곳 솟대가 지키는 충주호
흙담 돌아서는데 고랑에 핀 너
반가움과 함께 몰려드는
볼 때마다 저린 가슴이었다
납작 땅바닥에 엎드려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그래도 살겠다고
마디마다 내리는 뿌리는
꽃 향기보다 더 위대했다
통꽃도 아니고 갈래꽃도 아니고
어쩌다 온몸 갈라진 너처럼
찢겨버린 몸이 되었다
한쪽 다리 찢기고
한쪽 눈도 가리고
생각마저 이젠 너무나 늙어
나머지 한쪽으로 깡총대면서도
너를 닮겠다고 수없이 약속했다
수염가래꽃 2
김종태
잘 봐 !
보이니 ?
네 눈에 보이는 것이 내 모습이야
한송이 꽃을 반으로 자른 것 같다구?
통꽃이냐구? 갈래꽃이냐구?
꽃잎이 한장일까? 다섯장일까?
보고 싶은 마음
기다리고 참다가
가슴이 터져버렸다구?
네 마음대로 생각하렴
내 모습은 네 마음 속에 있을지라도
내 꿈이나 내 몸만은
너도 어쩔 수 없을걸
나랑 주파수를 맞추지 않고서는
나를 다 차지하지 못한다
나를 잘 안다는 착각 그것 하나로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고 있단다
수염가래꽃 Lobelia chinensis LOUR.
논뚝이나 습지에서 자라는 숫잔대과의 다년초로써 높이는 3-15cm이고
옆으로 뻗으면서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잎은 두 줄로 어긋나고 꽃은 6-9월에 핀다. 화관은 길이가 1 cm 정도이다.
꽃은 연한 자줏빛이 돌고 꽃잎은 다섯 개로 갈라지는데 한쪽으로 치우친다.
로벨린 성분이 들어있어 전초를 뱀이나 벌레 물렸을 때 쓴다.
희거나 연분홍색 꽃은 5갈래로 갈라진 꽃잎이
아이들 코 밑에 달고 장난하는 수염 같다하여 "수염가래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