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바람꽃
김종태
잔설이 힐끔거리며 도망가는
천마산 등성이를 찾아 헤매며 싸돌다가
생전 처음 보는 너도바람꽃을 보고 퍼질러앉아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고 셔터를 누를 때에
어머니 당신은 가쁜 숨을 헐떡이며 생사를 넘나드셨습니다
여든 다섯해 그 짦은 생애를
서러움과 눈물과 한숨으로 삶을 개척하시고
2남3녀 11손자 3증손자 4증손녀
헤아리기도 숨찬 자손들을 어루만지며 키우시어
이제 한 여인의 여생을 복 받으시며 사실 때에
벅찬 가슴에 큰 병을 잉태하시어
서른 해를 시름시름 병을 키우시다가
꿈 같은 노란 산수유 피고
어머니 같은 서럽게 아름다운 너도바람꽃 필 때
어머니 당신은 속절없이 그렇게 떠나셨습니다
난거지이시며 든부자로 사셨지만
그 많은 자손들의 부귀는
모두 어머니의 속고쟁이와 손끝에서 태어난 것을
어느 누가 모르리까 그러면서도 또 어느 누가 알리이까
눈속에서도 피는 너도바람꽃
어느 누군들 찬란한 5월에 피고 싶지 않으리오만
누군가 차디찬 3월을 그렇게 열어야만 하기에
어머니 당신은 그 짐을 천직인 듯 운명인 듯 마다 않고 지셨습니다
이제 너도바람꽃이 지고 있습니다
환경오염에 바람꽃들이 점점 사라져간다지만
어머니 당신이 남기신 큰 뜻은 또 씨 맺고 싹 트고
깊은 산속 응달에서 분명히 그렇게 숨어숨어
또 피고 지며 악착같이 생명을 이어갈 것입니다
바람꽃 어머니
너도바람꽃 어머니
정말로 사랑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어
천년만년 길이길이 행복하소서
너도바람꽃 Eranthis( 또는 Shibateranthis) stellata MAX. (NAKAI)
경기도 이북의 산 음지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다년초로
높이가 15센티미터쯤이고 둥근 괴근이 있으며 잎과 꽃대가 같이 자란다.
땅잎은 잎자루가 길고 3개로 깊이 갈라지며 다시 2개로 깊게 갈라진다.
총포엽(꽃 아래 잎)은 불규칙한 선형으로 갈라지며 돌려난 것처럼 보인다.
꽃은 3월에 피며 눈속에서도 눈을 녹여가며 핀다.
꽃은 흰색이고 지름 2센티미터쯤이다. 꽃 가운데 연한 초록은 암술대이다.
5장의 흰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고
진짜 꽃잎은 노란 꽃술처럼 보이는 것이고 종모양이며 6-8개 정도이고
노란 꿀샘이 두 개씩 들어있다. 수술은 많으며 연한 자주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