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국
김종태
바다가 너무 멀어서 너를 보려면 날을 잡아야 한다
가까운 바다도 있지만 여기 바다에는 네가 없다
바람 모질게 불고 하역을 기다리는 배들만 지키는 바다
그 바다 깎아지른 바위 틈에 너는 늘 웅크리고 숨어 있다
너무 멀다
향기를 맡기도 멀고 만져볼 수도 없다
가까이 볼 수도 없다
늘 저만치 떨어져서 혼자만 피고 있다
건너뛸 수 없는 그 거리
해국은 거기서 그렇게 피고
나는 바위 이쪽 여기서
마음으로만 그 향기를 맡아야 한다
해국이 있겠지
거기 그렇게 피어 있겠지
바람 찬 바닷가 바위 저편 틈바구니에
아마 그렇게 피어 있을거야
해국은 이렇게 마음속으로만 볼 일이다
절대 해국을 보러 바다로 가면 안 된다
함께 느낄 수 없고 함께 섞일 수 없다면
함께 울고 함께 웃을 수 없다면
절대 해국을 보러 바다에 가서는 안 된다
세상을 다 얻든지
세상을 다 잃고 올 것이다
해국
Aster spathulifolius Maxim.
해변국이라고도 한다. 바닷가에서 자란다. 줄기는 다소 목질화하고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비스듬히 자라서 높이 30∼60cm로 된다. 잎은 어긋나지만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으로 밑에서는 모여나며 두껍다. 양면에 털이 빽빽이 나서 희게 보이고 잎가장자리는 밋밋하거나 톱니가 약간 있으며 주걱 모양이다.
꽃은 7∼11월에 피고 연한 보라빛 또는 흰색이며 가지 끝에 두화(頭花)가 달린다. 총포는 반구형이며 포조각은 털이 있고 3줄로 배열한다. 열매는 11월에 성숙하고 관모는 갈색이다.
꽃말 기다림
꽃말 인고의 세월
네이버 naninside 송죽님의 글
해국은 초겨울 꽃이다.
산국.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 등 국화과 무리들이 추위를 견디지 못해
그 빛깔을 잃고 스러지는 가을의 끝에서 오히려 절정을 이룬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해국의 빛깔이 고운 보라색을 띠면 겨울이 온 것이다.
이름에서 이미 짐작했듯이 해국은 여느 국화과의 꽃들과 달리
남쪽 바닷가 해안가 바위 틈이나 절벽에서 주로 자라며,
제주도에서는 한 겨울에도 푸른 이파리를 간직하고 있다.
줄기 높이는 보통 사람의 무릎에 이를 정도(30~60 cm).
거꾸로 된 달걀꼴로 주걱처럼 생기고 둔한 톱니바퀴가 있는 잎에는
바닷가의 식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보송보송한 털이 나 있다.
3~4 cm 크기의 꽃은 연한 보라색인데, 드물게 흰 꽃도 있다.
언뜻 보기에 쑥부쟁이와 비슷하게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풀처럼 싹이 올라 커 나가던 식물 줄기와 잎이
겨울에도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몇 해씩 견딘다.
그래서 나무이기도 하고 풀이기도 한 상태에서 크는 경우가 많다.
꽃 피는 때를 언제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도 색다른 점이다.
여름에 꽃을 피우는데,
몇 번 되풀이해서 피었다 졌다하다가 겨울의 길목을 넘어 12월까지 꽃을 보여 준다.
메마른 바위 틈에 뿌리는 내린 채 차가운 바닷바람에 부대끼면서
보랏빛 꽃 무리를 피어 내는 해국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겨울 바다에 갔다가 해국 꽃을 보면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해국에서 어려움을 견디는 교훈까지 배운다면
이것은 더 큰 행운이다.
네이버 민이은비(victorea21)님의 글
해국을 만나려 갔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時와 때가 있는 법...
그들은
이제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행복하고 화려하게
살았노라
그들은 그렇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습니다...
아...
한발늦게 그들을 만난 나는
아쉬움조차 토할 수 없었습니다
내년 이맘때 쯤
다시 만나자는 작별인사를 하고
내려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엇이든
時와 때가 있다는 것을
사무치게 느낀
하루였습니다.
꽃들은 대부분 절벽 저편에 있습니다.
벼랑에서 떨어지면
천길만길 물길이라
내 생명도 아까워서
한번가면 그만인 삶임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렌즈만 갈아 끼워가면서
그들을 보냈습니다.
안녕...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 해국
해국이 피기 시작하면, 아니 정확히 말해 해국의 무리가 눈길을 모으기 시작하면 겨울인가 생각하여도 좋다. 불과 얼마 전까지 흐드러지던 산국, 구절초, 쑥부쟁이며 하는 무리들조차 그 빛깔을 잃고 사라져 가는 가을의 끝에서 해국은 그 절정을 이룬다.
피기 시작하는 시점이야 훨씬 이전이었을 것이지만 이 산야에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 숱한 경쟁 식물들이 제 색깔을 잃고서야 비로소 돋보이기 시작한다.
해국은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쪽의 바닷가 절벽에서 볼 수 있다. 이웃하는 일본이나 중국에도 분포한다. 키는 어떤 곳에서 살고 있냐에 따라 차이가 조금 나지만 무릎 높이 정도로 큰다.
둔한 톱니가 있고 주걱처럼 생긴 잎에는 바람의 저항을 견뎌내야 하는 바닷가의 식물들이 그러하듯 털이 보송하다. 어긋나게 달리지만 주로 줄기의 아랫 부분에 몰려 모여 달리듯이 보인다. 길이도 잎에 따라 차이가 많은데 3~20㎝ 정도가 된다. 연한 보라색으로 지름은 3.5~4㎝되는 결코 작지 않은 꽃송이들이 여름에서 겨울이 오도록 피고 지고를 계속하여 오래 오래 볼 수 있다.
꽃의 생김새로만 비교해 보면, 또 분류학적인 기준으로 볼 때도 이 해국은 쑥부쟁이와 아주 비슷하지만(물론 쑥부쟁이와 같은 속에 속하는 식물이다) 살아가는 본질적인 태도는 이 유사한 분류군의 식물들과는 다른 독특한 점들이 많다.
우선 나무라고도 풀이라고도 할 수 없어 반 목본성 식물이라고 한다. 원칙적으로는 여러해살이 풀이었지만, 풀처럼 싹이 올라 커나가던 식물의 줄기며 잎이 겨울에도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몇 해씩 견디다 보니 나무처럼 굵고 목질화되어 버려 나무이기도 풀이기도 한 상태로 커나가는 경우가 많다.
개화기도 큰 특징의 하나이다. 꽃이 피는 시기로 치면 여름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이리 저리 지고 피고 이어져 겨울의 길목까지, 더러는 12월까지 그 꽃구경이 가능하다.
다른 계절이야 제 철에 알맞게 워낙 흐드러진 다른 꽃들이 많아 그 틈에 묻혀 눈여겨보는 이가 별로 없지만 대부분의 식물들이 잎을 떨구고 말라버리는 그러한 계절에 여전히 싱그럽게 꽃을 피워내고 있으니 얼마나 장한가. 그래서 이 무렵 남쪽의 바닷가 여행을 다녀 온 이들은 누구나 해국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강인한 생육 특성도 유래가 없다. 이름에서 잘 나타나 있지만 해국은 이름 그대로 바다의 국화이다. 어떤 식물이 살 수 있을까 싶은, 바닷가의 매서운 바람을 맞대 서 있는 척박한 돌 틈에 뿌리를 박고 잘도 자라난다. 그리고 그 돌틈새가 조금만 평평하고 넉넉해지면 이내 한 무리를 이루어 멀리서 보면 검은 바위 틈새의 보라빛 꽃 무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아직 약용이나 식용으로 특별한 쓰임새가 기록된 것은 없지만 남쪽이라면, 특히 바닷가라면 정원에 심기 매우 좋은 소재이다. 여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꽃이 없는 늦가을에 절정을 이루는 꽃이 어디 흔하랴. 그러면서도 아름답고 풍성하니 더욱 좋다. 어떤 이는 겨울에 죽지 않고 목질화되는 특성을 잘 활용하여 분재로 만들기도 한다.
이제동님의 글
해국
말 그대로 바닷가에 피는 국화입니다.
해국의 외모를 보면 흔한 들국화와는 비교를 불허합니다.
우선 온 몸이 털북숭이입니다.
강한 해풍과 염분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내륙에 사는 낭창낭창한 들국화 친척들과는 패션감각이 전혀 다를 수 밖에 없죠.
줄기나 잎도 두툼합니다. 멋부리는덴 별로 관심이 없는 것이죠.
이런 질박한 면... 그러면서도 꽃부리는 해맑디 해맑은 점을 어떻게 이해해야 됩니까!
우리는 이 매력을 거절하지 못합니다.
바람이 많은 곳의 식물은 별로 키가 크지 않습니다. 높이 자라봐야 열만 뺏기고, 또 강풍에 쓰러지기 쉬우니까요. 해국은 다 자라도 왜소합니다. 도감에는 키가 30~60cm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제가 본 것들은 거의 다 발목이나 종아리 높이 정도였습니다.
이런 몸집에 잎줄기도 잔뜩 웅크린 녀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거친 환경과 대비되어 제 마음이 다 찡합니다. 살기 좋은 계곡이나 들녘 냅두고 하필 바위 틈에 터를 잡은 이유는 뭘까요?
누구나 손사레를 치는 황량한 곳에 산다는 점, 참 기특한 녀석입니다.
좋은 터는 다른 식물에게 양보하고 아예 근처도 가려하지 않는군요.
요놈 사람보다 양반입니다.
고급 주택 즐비하고 학교도 높은 등급으로 매겨지는 나이스한 네이버후드에 이사가려고 아둥바둥하는 특정 포유류와는 격이 다르다고 해야겠지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동안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
새벽엔 애먹이더니 이젠 잡티없는 투명한 빛을 뿌려줍니다. 사진찍기 좋은 날입니다.
아름다운 해안선을 배경으로 팔자좋은(!) 해국들을 담아 봅니다.
남쪽으로 달리다 차를 세운 곳은 경상북도 어느 해안.
여기엔 특이하게도 바닷가에 뾰족한 바위가 널려 있습니다.
뷰파인더를 통해 전해져 오는 이미지가 직선적이고 거칩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는 쉴새없이 귓전을 때립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이곳의 해국을 돋보이게 하는 소품일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