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리 1
김종태
개울가 도랑 옆에 살아도
끌밋한 잎사귀 하늘을 찌른다
졸졸 흐르는 물에 씻겨
꽃잎 새하얗다
그 속에서 빨래하는 누나
손목보다 더 흰 꽃잎 끝에
손톱 봉숭아물보다
더 곱게 물든 입술
토라져 뾰죡 내민
앙증맞은 자태
물처럼 흘러간 사람을
기다리다 못내 터져버려도
행여 한 번 품은 마음이
가실 줄이 있으랴
큰 것만 찾는 눈에
어찌 띄랴 이 작은
숨은 정열
고마리 2
김종태
고만 만나자 한다
만나면 괴롭다고 고만 만나자 한다
잊지는 말고 한눈도 팔지 말고
그냥 고만 만나자 한다
들녘 개울가
홀로 그리워 실바람에 떨 때
화들짝 놀라던 알붐나비 그 반가움
정도 지나치면 주체할 길 없던가
외로와도 괴로와도 다 참고
어제도 그제고 아닌 먼 옛날에
만났던 사연이라 한켠에 접으며
이제 고만 만나자 한다
고마리3
김종태
개울가 도랑가 고만고만한 물가에
고만고만한 고마리
고만 고만 고만 고만
다들 아는 그렇고 그런 선술집
고만고만한 김씨 이씨 박씨
고만고만한 이야기들 왁자지껄
시장통 커피집 밥집
고만고만한 여자 여자 여자
다들 아는 빤한 이야기 아기자기 시끌벅적
우리 모두 아는 고만고만한 사람들은
고만고만한 곳에서
고만고만하게 산다
고마리 Persicaria thunbergii H. GROSS
물가에서 자라는 덩굴성 일년초로
길이가 1 m 에 달함.
8-9월에 꽃이 피며
꽃은 흰 바탕에 붉은 끝이 있는 것과
붉은 바탕에 흰끝이 있는 꽃이 있다.
요즘 한창 개울가, 습한 곳에 무더기로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