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십년 전에만 해도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던 하모니카이다
기타가 아직 널리 유행하던 때가 아니고
그렇다고 피아노나 바이얼린은 전문가들이나 갖고 배우던 때이니
값싸고 휴대가 간편한 하모니카가 온 국민의 대표악기였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우리집은 가난하여 하모니카 살 돈이 없었는데
이웃집 살는 형이 자기가 하모니카를 하나 새로 사면서
자신이 불던 헌 하모니카 하나를 내게 주었다
물론 떨판이 한두개 나가고 아주 고물이 된 하모니카였다
나는 그 하모니카를 죽어라고 배웠다
물론 선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혼자 <나의 살던 고향>을 줄창 불렀다
한 일년은 그렇게 부른 것 같다
나중에는 젓가락을 갖고도 노래를 부르면 젓가락에서도 소리가 났다
그렇게 한곡을 들고파니 나중에는 알고 있는 모든 노래는 저절로 부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C장조 하모니카다
그 C 장조 하모니카 하나로 모든 노래를 부른 것이다
하모니카는 반음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하모니카로는 한조밖에 못 부른다
그래서 반음이 나오는 크로모니카나 각 조별로 하모니카를 구비하게 된다
그렇게 일년을 부르고 한동안 하모니카를 안 불었다
나이 사십이 넘어서 일본에 출장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에게 일제 톰보하모니카를 세트로 구입하게 되었다
피아노 하얀 건반 7개 까만 건반 5개 도합 12개
이렇게 12개를 사야 한 세트가 된다
그런데 그건 장조하모니카이다
단조하모니카도 그렇게 12개를 사야 한다
원칙대로 구입하려면 24개를 다 사야 한다
24개는 다 못사고 20개 정도를 샀다
사진에서 보는 저런 가방 두개에 넣고도 남는다
빈둥거리던 하모니카에게도 볕이 들었다
다니는 교회에서 찬양예배를 하모니카로 인도하게 되었다
동사무소에서 하모니카강사도 하게 되었다
찬송가 열 곡이 들어간 하모니카음반도 하나 만들었다
명맥을 잃어가다가 요즘 다시 부활하는 하모니카
누구나 배우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즐거이 가르쳐 주고 싶다
빠르면 16시간 길면 32시간 또는 64시간 정도면 자신있게 불 수 있다
늙그막에 소시적에 배운 하모니카로 작은 기쁨을 얻는 것이 참 보람있다
누가 내 인생도 하모니카처럼 부활해 주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