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가시연꽃

noseein 2007. 7. 27. 06:14

 


 


 

 


 

 


 

 


 

 


 

 

 

 

 

 

 

 

 

 

 

 


 

 


 

가시연꽃


               김종태



내  무덤을 보기 전

부디 나를 안다고 하지 말자

눈으로만 보고 귀로만 듣는 너에게

나는 80년 동안의 숙제이다


나를 건성으로 만나려거든

저 멀리 뚝방에서 지나는 바람으로  보든지

나를 알짜로 만나려거든

네 모든 것을 다 걸지어다


수렁에 빠지고 넘어지고 엎어지고

온몸 긁히우고 할퀴어서 개차반이 된 후

마지막  발  하나를 빼지 못하여 엉거주춤할 때

비로소 당신에게 다가서는 가시연꽃


엉덩이 한쪽 걸칠 데도 없이

안으면 안을수록 따가운 가시

내 이럴 줄 몰랐다고 붉은 피 흘리며

앙가슴 쥐어박아 시퍼렇게 멍이 들 때쯤


열리는 꽃망울

흐르는 향기

널따란 잎에 앉아

그제서야 깨닫는 가시연꽃 사랑





Euryale ferox Salisb.

가시연꽃은 수련과 일년초이다

종자가 발아하여 나오는 잎은 작으며 화살같지만

타원형을 거쳐 점차 큰 잎이 나오기 시작하여 자라면 둥글게 되고 약간 파진다.

타원형 또는 둥근 방패모양이며 지름은 20cm에서 큰 것은 2m에 이르기도 하며

표면에 주름이 지고 윤채가 있으며 뒷면은 흑자색으로서 맥이 튀어나오고

짧은 줄이 있으며 양면 맥위에 가시가 돋는다.

 잎은 수면에 뜨고 엽병이 길다. 앞면은 광택이 나는 녹색이나 뒷면은 흑자색이다.


열매는 장과로서 타원형 또는 구형이고 지름 5~7cm이며 겉에 가시가 있고

끝에 숙존악이 뾰족하게 남아 있다.

종자는 구형이고 가종피는 육질종의로 싸였으며 과피는 흑색이며 딱딱하고

배유(胚乳)는 백색이고 점질이다.

자색으로 7~8월에 잎 사이에서 가시가 돋은 긴 화경(花梗)이 자라서

끝에 지름 4cm의 꽃이 1개 달리고 낮에 벌어졌다가 밤에 닫힌다.

꽃받침열편은 4개로서 녹색이며 끝이 날카롭고 밑부분이 합쳐져서 통같이 되며

꽃잎은 다수이고 꽃받침열편보다 작으며 밝은 자주색이다.

수술은 많아서 8겹으로 돌려나며 꽃잎 안쪽에 달리고 수술대는 짧으며

꽃밥은 긴 타원형이고 약격(葯隔)은 절두이다.

심피는 8개이며 8실의 자방은 하위이고 암술머리는 반상(盤狀)이며 오그라 든다. 

줄기에 가시가 있다.

근경은 짧고 두꺼우며 수염뿌리가 많이 난다.

가시연꽃은 산림청의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217 종 가운데 보존우선순위 1순위에

 해당되는 매우 희귀한 종 이며 환경부에서 지정한 특정야생동실물로도 포함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 종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이 종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문헌상에 나타나거나 구전되는 가시연꽃의 용도도 및 분포 등 을 고려 할 때,

예전에는 한반도 내에서 가시연꽃이 분포 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급속한 수질오염 및 저수지 및 개간사업 등으로 횬재 가시연꽃의 분포는

극히 드문 형태이고, 창령의 우포를 제외하고는 특정한 보존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는 상태여서 가시연꽃의 한반도내 멸절위험은 매우 높다.


더욱이 가시연꽃의 경우 1년초인 관계로 영양번식이 불가능하고

특별한 조직배양의 도입등이 고려되기 전에는 오직 종자에 의한

번식 방법만이 고려될 수 있는데 발아율이 평균 4%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므로

매우 까다로운 번식과 이식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가시연꽃의 경우는 자생지의 보존이 가장 우선 적으로 고려되어 한다.



우리나라 식물 중에서 가장 큰 잎을 달고 사는 것은 무엇일까? 크기는 얼마나 될까?

큰 잎을 내는 식물로 연꽃, 개병풍, 병풍쌈, 큰천남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연꽃이나

개병풍도 큰 것은 지름 1미터 가까이 자란다. 그러나 이들 어느 것도 가시연꽃에 비

길 바는 못 된다. 가시연꽃은 가장 큰 것이 지름 210센티미터에 이르는 놀랄 만한

큰 잎을 내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처럼 큰 잎을 가진 식물이 풀이고, 그것도 한해살이라는 점이다.

봄마다 작은 씨앗에서 새 잎을 내는 식물이 어떻게 그리도 큰 잎을 낼 수 있는지 신

기할 따름이다. 또한, 수온이 따뜻해지는 여름에 매우 빠른 성장을 해 어떤 때는 하

루에 20센티미터 이상 자라기도 한다니, 예사로운 식물이 아님은 틀림없다.


가시연꽃의 두 번째 신비는 매년 같은 연못에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해거리를

하므로 올해 무성하게 자라던 연못이라 하더라도 이듬해나 이후 몇 해 동안 한

포기도 자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씨앗이 두꺼운 껍질로 둘러싸여 있어 싹

을 틔우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로 추정되고 있다. 압력, 수온 등 여러 조건이 딱

들어맞는 해에만 신비한 생명 현상을 잠깐 동안 보여주고 사라지는 셈이다.





가시연꽃

 

유희봉


오늘 하루가 또 저물어 간다.

황량한 가을바람이 겨울을 부르고

차시간을 놓친 사람처럼 허전하게

초생달 기울듯 자꾸만 줄어지며


자신의 행불행을 항상 생각하는

여유가 많은 한 사나이는

물질을 �으고 명예를 찾느라

고단하게 살아왔는데


그림을 그리며 음악과 다도에도

혜박한 지식이 있는 도예가를

알게되어 바쁜 꿀벌처럼

올 가을만은 쓸쓸하지 않았다


삶을 슬퍼할 날이 없도록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그분이

알려준 일억사천만년 전 생성된

국내 최대의 �지 우포늪에서


큰 잎이 나오기 시작하여

주름이 지고 광택이 나는

짙은 자주색 가시연꽃을 보자

그녀의 작품을 보는 듯 기뻤다


가시 돋친 꽃자루 끝에

한 개의 자줏빛 꽃처럼

명품을 만들기 위해 불에 달군

도예를 보고 있노라니


연씨를 강장제로 복용하고

연잎차를 마시면서

수질 오염으로 멸종되어 가는

자생 꽃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가시연꽃 


    - 송재학


당신은 가시처럼 아픔의 방향으로만 간다


몸과 꽃에 돋은 가시연꽃의 가시를

당신이란 말로 바꾸면

연꽃이나 당신은 생략되고 알몸에 꽂힌 가시만 남는다


그리움만 남는다





가시연꽃 

                 

                  이동순

                                                      


온몸을 물 속에 감추고

눈만 빠끔히 올려 세상을 엿보는 개구리가

그는 정말 싫었던 것이다

다른 저수지의 연꽃들처럼 화사한 분홍 연등을

한번도 달아보지 못하고

이 쓸쓸한 곳에서

그냥 묵묵히

묵묵히 참고 지내왔는데도

거친 비바람은 사정없이 짓밟고 갔던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그저 노엽고 싫게만 보이던 어느 날

슬금슬금 가리워진 등짝에서는

뾰족 가시가 하나둘

돋아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못난 등짝에

하얀 백로들이 서서 깃을 다듬거나 졸고 있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그러다 가을이 되자

아득한 물위에 가시만 남겨두고

넓은 잎은 덧없이 녹아

물 속에 가라앉고 마는 것이었다



 시집 '가시연꽃'(창작과비평사)중






가시연꽃 


    류인서



당신이 보여준 여름 늪지 가시연꽃은 새를 닮았다

봐라, 물의 꽃대 위에 꽁꽁 묶여있는 저것

가시 숭숭한 큰칼을 목에 쓴 사나운 새 한 마리 물 한가운데 갇혀있다

새는 부어오른 목을 바짝 하늘로 치켜든 채 고통스런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내가 아직, 찢어져 꽃핀 저 소리의 갈래길을 헤아리고 있는 동안

검은 울대 위에 얹힌 새의 머리는 피묻은 가시관을 닮아간다


현대시학 (2007년 1월호)




가시연꽃 


          임보



가시연은 맷방석 같은 넓은 잎을 못 위에 띄우고

그 밑에 매달려 산다

잎이 집이며, 옷이며, 방패며 또한 문이다

저 연못 속의 운수행각, 유유자적의 떠돌이

그러나 허약한 놈이라고 그를 깔봐서는 안 된다

그를 잘못 건드렸다간

잎과 줄기에 감춰둔 사나운 가시에 찔려

한 보름쯤 앓게 되리라

그가 얼마나 매운 마음을 지니고 있는가는

꽃을 피울 때 보면 안다

자신의 육신인 두터운 잎을 스스로 찢어

창으로 뚫고 올라온 저 가시투성이의 꽃대,

그 끝에 매달린 눈 시린 보라색, 등대의 불빛

누구의 길을 밝히려

굳은 성문을 열고

저리도 아프게 내다보는가


우이시 (2006년 10월호)





 가시연꽃 춘향에게


                                                                                                 가영심


 천년 기다림의 심연처럼

 어둠 속 떠도는 그대 아픈 혼과

 혹독한 사랑 하나가


 이리의 독한 송곳니 아래서

 무참히 찢겨져 떨리는 살과 뼈

 견디리라 견뎌내리라

 진저리 치며

 모질게 이겨낸 정신의 깊은 오기와 절개


  이제야 알겠네

  붉은 혼의 그대 마음

  더욱 아름다워서

  모든 것 다 태워도

  그대 안에 숨겨진 욕망 속

  사랑의 깊디깊은 갈망에 죽어 버리고 마는

  목숨의 마지막 불꽃이었음을


  그리하여

  무수한 가시바늘 온몸에 두르고

  피어난

  그대 아름다운 연꽃 한송이였음을.




가시연꽃 


                 배한봉



 우포늪 가득 덮은 잎들 사이에 검초록 투구 같은 꽃봉오리가 무더기 무더기 군락을 이루고 있다.

늪의 자궁이 한해 마지막으로 생산한 생명의 도화선인 갈색 줄기를 따라

지름 1.5미터 억센 잎을 찢어발긴 채 솟아 있다.

온몸에 돋은 가시로 제 살을 물어뜯지 않고서는 터질 수 없는 선지빛 꽃의 뇌관.

그 고통과 상처의 시간이 창천마저 시퍼렇게 질리게 한다.

저와 같은 탄생의 처절한 아름다움을 나는 한 번이라도 가졌던가.

범람하던 분노와 증오. 탄식마저 사랑해야 할 여름의 끝,

빈손으로 돌아온 이들을 위해 불을 당기는 저 꽃 앞에서 나는 자꾸만 울고 싶은 것이다.


참혹하고도 황홀한 저 방화.

오늘도 가시연꽃이 핀다.

70만 평 우포늪 물도 끄지 못하는 내 마음 습지의 화염.





가시연꽃 

 

              김 은 숙



팔월 연지(蓮池)에 가라

연잎 그늘 아래

맨 마지막 마음까지 목을 내리고 

구름도 슬며시 등을 기댄다


늦은 허기 덤불이 되어버린

마음 길섶을 쓰는 사이

그렇게 저물고 놓아버리는 것들이

뒤척이기도 하고 

울음이며 통증 같은 것들이

따갑게 일어서기도 하는데

주름진 이파리는 푸른 경전을 읽어간다


팔월 연지(蓮池)에 가라

따끔하게 돋아나는 서슬 푸른 목소리

하늘마저 물밑으로 곤두박질쳐도

가시 돋은 꽃자루 제 몸의 어둠 물고 환해지며

자줏빛 서원 세운 가시연꽃 부처로 피고


귀밑머리 하얗게 묵은 소리들

불현듯 

가시연 오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가시연꽃


            남가람



진수렁 태생 감추려

넓다랗게 잎 피웠습니다

소금쟁이들 조차 업신여겨

온몸 가시를 돋우고

떠다닙니다

꽃피면 다 아실터이지요

아기바람에도

바리바리

꽃잎 떨구고 말

연보라색

엷은 수집음입니다







가시연꽃 


    구석기



 가시 많은 못이나 늪의

 몸을 가려주는 수의 같다

 진흙 같은 시절 헤치며 살면서도

 상처 숨기지 않으셨는데

 이제 먼 길 떠나시겠다며

 삼베옷 곱게 한 벌 해입으셨다

 지내온 세월의 그늘이 짙어서

 연꽃의 등불을 밝히시려고 하려는가

 세상의 늙으신 아버지들은

 가시연꽃을 닮았다

 한 동안 찢겨지고 파헤쳐진

 창문이나 마당을 그대로 닮았다

 맥도 험하고 골도 깊다

 다림질로 농 깊숙히 넣어둔

 수의를 찾는 아버지

 질퍽한 흙길을 숱하게 걸어오시느라

 마음마저 누런 황토빛이다

 오늘은 가시연꽃에 앉아 보시라고

 아버지를 등에 업고 지게에 얹고

 산사의 마당에 들어선다

 내 등에 불현듯 가시가 돋아났다

 연꽃이 피었다

 내가 흙탕물 같았다

 못 속으로 늪 속으로 들어가신 아버지

 가시연꽃을 꺾으셨네

 어서 내려가라고 내 손에

 가시 같은 수의를 쥐어주셨다




가시연꽃 



             박승자



늪 속에 뿌리내리고

솟대처럼 솟아올라

묵은 허물일랑 벗어 버리자

하며 행구고

또 행구어 개운한 봉오리

어우른 연잎 위에 않아

파르르 떨림으로 번쩍 눈

뜨는 소리에

이슬도 구르고 맑디.

맑은 숨결로 실타래

푼 햇살 줍고

벌 나비 히히 낙낙한데

새들 祝歌 연꽃 감고

돌아가슴 밝힌 등불이네!





가시연꽃  


             송종규  



호수가 거의 말랐다는 당신이 보낸 엽서 받았습니다

호수 위에 띄우려 했던 가시연꽃은 당분간

우편함 속에 꽂아놓겠습니다

붉은 뻘 흙 꺼칠한 무늬를 내 집 거실 바닥에 그려놓은 걸 보니

지난밤 악어가 다녀간 듯합니다

반짝 닦인 추억 너머

호수는 지금 얼마나 수런거릴까요

아침에 일어나니 베개가 흠뻑 젖어 있네요

가시연꽃은 조심스레 뿌리 그쪽으로 내리겠죠

이제 그만 오세요 당신

분홍색 꽃잎 등으로 떠받치고



송종규   녹슨방  민음의 시 136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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