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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 갈대 김종태 갈은 긴 긴 여름이 점점 짧아지는 가을어엿한 계절이라기보다는여름과 겨울이 서로 어깨싸움을 하는 변두리의 자투리 땅이다 갈은 한 여름의 무성한 초록이 힘이 빠져하얀색으로 가기 전반짝 마지막 힘을 내보는요양원의 자투리 색이다 갈대에 어찌 갈색만 있으랴초록이 지쳐 미색으로 시들어가는 그 서러운 애잔함을 모르고서야어찌 가을 맛을 알랴 녹록하고 눅눅한 땅에 뿌리를 박고대나무를 닮아 속을 비워내며내년 새봄까지 하늘 향해 아우성을 치는 갈대는 가을과 겨울의 진짜 주인이란다 Phragmites communis Trin. 화본과의 여러해살이풀 common reed한자로 노(蘆) 또는 위(葦)라 한다. 서울의 노원구도 이 갈대의 노(..

야생화 2025.05.31

가시연꽃

​ ​가시연꽃​ 김종태​​내 무덤을 보기 전부디 나를 안다고 하지 말자눈으로만 보고 귀로만 듣는 너에게나는 80년 동안의 숙제이다​나를 건성으로 만나려거든저 멀리 뚝방에서 지나는 바람으로 보든지나를 알짜로 만나려거든네 모든 것을 다 걸지어다​수렁에 빠지고 넘어지고 엎어지고온몸 긁히우고 할퀴어서 개차반이 된 후마지막 발 하나를 빼지 못하여 엉거주춤할 때비로소 당신에게 다가서는 가시연꽃​엉덩이 한쪽 걸칠 데도 없이안으면 안을수록 따가운 가시내 이럴 줄 몰랐다고 붉은 피 흘리며앙가슴 쥐어박아 시퍼렇게 멍이 들 때쯤​열리는 꽃망울흐르는 향기널따란 잎에 앉아그제서야 깨닫는 가시연꽃 사랑​​​가시연꽃Euryale ferox Salisb...

야생화 2025.04.26

가시여뀌

​ 가시여뀌 김종태​ 조금 뾰족뾰족 보였을까? 찌르지도 못하는 그냥 고운 솜털인데 부르기 편한지 가시라고 부른다 조금 까칠까칠 들렸을까? 한번 슬쩍 건네본 말이었는데 내가 편하지 않았는지 토라졌다고 그런다 버선목처럼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엑스레이 씨티 엠알아이처럼 찍을 수도 없고 내가 맘에 들지 않으면 내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너를 지금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나는 너의 영혼보다는 너의 마음보다는 보이는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그대로 너의 겉 껍데기밖에는 알 수가 없단다 ​ Persicaria fauriei (..

야생화 202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