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
김종태
스페인 공주 이름 같은 자운영을 안 것은 오십이
다 되어서였다. 그 뒤로도 맘 먹고 달려가야 고작
한달에 한번 정도 그것도 제철에나 겨우 식물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목이 마를 정도로 애를 다 태우며
적당히 만나고 사랑하고 때로는 타협하면서, 그래
자운영은 그런거야. 나랑 자운영은 어쩔 수 없이
그렇고 그런 것이다. 라고 나름대로 자위를 했다.
자운영을 볼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그저 끌려가듯
여럿이서 아랫녘 어느 섬을 구경가다가 반갑고 놀라서
기절하는 줄 알았다. 사방 천지가 온통 자운영투성이었다.
여기저기 논이라는 논에는 온통 자운영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면서 자라고 있었다. 아랫녘에서는 그 자운영을
퇴비 대용으로 키우는 것이었다. 아니 이럴수가 ! 내가 내가
애지중지 몸과 맘을 적당히 태워가며 짝사랑하던 자운영이
그래 여기서는 고작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친환경퇴비라구?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하다가 마음을 정했다. 그래 자운영은
그냥 자운영이야. 내게는 언제나 그 자운영이야. 때로는 누구는
다른 목적으로 쓸지 몰라도 내게는 나만의 한 포기 자운영이야.
쇠고집에 독선에 욕심쟁이이고 어쩌다가 저 생각날 때만 고운
모습 보여주는 그런 자운영일지라도 언제나 보고 싶으면
기다렸다가 찾아가서 요리조리 뜯어보고 좋아라하는 나만의
자운영이야. 비록 같은 자운영일지라도 너는 네 자운영을, 나는
내 자운영을 따로따로 가꾸고 키우고 좋아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야.
내 마음 갈피 속에 고이 숨쉬고 있는 내 자운영 한 포기를 가만이 꺼내
염소 웃음소리 같은 목소리에 귀기울여 본다. 내 자운영아.
자운영 [紫雲英]
Astragalus sinicus
콩과 두해살이 식물
연화초(蓮花草)·홍화채(紅花菜)·쇄미제(碎米濟)·야화생이라고도 한다.
중국 원산으로 논·밭·풀밭 등에서 자란다.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옆으로 자라다가 곧게 서서 높이 10∼25cm가 된다.
줄기는 사각형이다.
잎은 1회깃꼴겹잎이고 작은잎은 9∼11개이며 달걀을 거꾸로 세운 듯한 모양
또는 타원형이고 끝이 둥글거나 파진다.
잎자루는 길며 턱잎은 달걀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4∼5월에 피고 길이 10∼20cm의 꽃줄기 끝에
7∼10개가 산형(傘形)으로 달리며 홍색빛을 띤 자주색이다.
꽃받침은 흰색 털이 드문드문 있으며 5개의 톱니가 있고
수술은 10개 중 9개가 서로 달라붙으며 씨방은 가늘며 길다.
열매는 협과로 꼭지가 짧고 긴 타원형이며 6월에 익는다.
꼬투리는 검게 익고 길이 2∼2.5cm로서 2실이다.
꼬투리 속에 종자가 2∼5개 들어 있고 납작하며 노란색이다.
어린 순을 나물로 하며, 풀 전체를 해열·해독·종기·이뇨에 약용한다.
자운영은 콩과식물이라서 뿌리에 뿌리혹박테리아가 붙어서
공중질소를 고정시키며 꽃은 중요한 밀원식물이다.
남쪽에서 녹비로 재배한다.
중국원산으로 물을 뺀 논에 녹비용으로 재배하였으며,
지금도 경남 전남 함평 등지의 논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야생으로도 자라는데 저지대의 논이나 길가에서 자란다.
종자는 紫雲英子(자운영자)라 하며 약용한다.
2월경에 씨를 뿌리고 5-6월에 씨를 수확하면서 퇴비로 쓰는 것 같다.
중부 이북지방에서는 키우지 않고 야생으로도 별로 없다
아마 중부지방에서는 모내기철까지 퇴비가 될 정도로 자라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5월 경 모내기 전에 이 자운영 밭을 갈아엎어서 자연 친환경 퇴비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