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기
김종태
열아홉
가장 처절하게 사는
순정의 얼굴에 돋아나는
찬란한 여드름이다
스물아홉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슬픈 처녀의
설레기만 한 가슴이다
서른아홉
이젠 덮어버리려 했던 시든 마음에
나비 날갯짓으로 날아와
불륜으로 확 번져버린 애뜻한 몸매이다
눈 감아야 더 잘 떠오르는
멀리 있어야만 더욱 그리워할 수 있는
온몸 간지러운 사랑이 되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이 톡톡 터진다
난 모른다
정말 모른다
내일 죽는다해도 난 정말 모른다
한 알갱이도 남기지 않고 부서져버린다
박태기나무 [Chiness redbud]
학명 Cercis chinensis
분류 콩과
중국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흔히 심는다.
높이 3~5m로 자라고 가지는 흰빛이 돈다.
잎은 길이 5~8cm, 나비 4~8cm로 어긋나고 심장형이며
밑에서 5개의 커다란 잎맥이 발달한다.
잎면에 윤기가 있으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이른봄 4월경 잎이 피기 전에 피고
7~8개 또는 20~30개씩 한 군데 모여 달린다.
꽃줄기가 없고 작은꽃자루는 길이 6~15mm로 꽃받침과 더불어 붉은빛을 띤 갈색이다.
꽃은 홍색을 띤 자주색이고 길이 1cm 내외이다.
열매는 협과로서 꼬투리는 길이 7~12cm이고
편평한 줄 모양 타원형으로 8~9월에 익으며 2~5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목재는 연한 녹색이고, 수피를 통경,중풍,대하증에 이용한다.
박상진교수의 박태기나무이야기
봄의 전령사인 매화, 산수유, 생강나무, 목련 등의 꽃잎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 복사꽃도 절정의 시기를 지나
봄의 화사 함이 아쉬울 4월 중순쯤이면
잎도 나오지 않은 채 온통 보랏빛꽃 방망이를 뒤집어쓰는 나무가 있다.
이름하여 박태기나무다.
우리나라의 꽃들이 대부분 흰색이거나 연분홍의 맑은 색인 것에 비하여
박태기나무는 ‘차별화한 색’으로 승부하려는 튀는 꽃이다.
가지 마디마디 에 꽃자루 없이 마치 작은 나방처럼 생긴 꽃이
7~8개씩 모여서 나뭇가지 전체를 완전히 덮어버린다.
그래도 꽃에는 독이 있으므로 아름다움에 취하여
꽃잎을 따서 입 속에 넣으면 안 된다.
경상도와 충청도를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는 밥알을 ‘밥티기’라고 한다.
이 나무의 꽃봉오리가 달려있는 모양이 마치 밥알, 즉 ‘밥티기’와 닮아서
박태기나무란 이름이 생겼다.
색깔이 꽃자주색이니 양반들이 먹던 하얀 쌀 밥알이 아니라
조나 수수의 밥알을 생각하면 짐작이 빠르다.
꽃의 이미지와는 달리 조금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어
우리말 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 지 않는다.
중국이름은 자형(紫荊)이니 그대로 번역하여 ‘자주꽃나무’라고 하였다면
더 어울리고 멋있었을 것 같다.
북한에서는 ‘구슬꽃나무’이다. 꽃의 모양을 보고 붙인 이름으로서 활짝 핀 꽃이 아니라
지금 막 피어 나려는 꽃봉오리가 구슬 같다는 의미일 것이다.
단순히 나무의 꽃봉오리 하나를 두고도 남한은 밥알, 북한은 구슬을 연상할 만큼이니
앞으로 언젠가 통일의 그 날이 와도 같은 민족으로서 의 동질성을 찾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 같다.
박태기나무와 구슬꽃나무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박태기나무보다
낭만적인 구슬꽃나무에 점을 찍고 싶다.
본래 우리의 산하에 자라던 나무가 아니라 아득한 옛날 중국에서 시집 왔다.
아름다운 꽃 방망이를 감상하기 위하여 본 고향에서도 널리 심고 있으며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퍼져 있는 정원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중부이남의 절에 흔히 심겨진 것으로 보아
스님들을 통하여 수입된 것으로 짐작된다.
겨울이면 옷을 벗어버리는 낙엽수이고 키 3~4m로 자라는 것이 고작이다.
나무 껍질은 매끄럽고 회백색이어서 겨울에 보면 조금은 처량해 보인다.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고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없다.
아기 손바닥만한 크기의 잎은 거의 완벽한 하트모양이다.
두껍고 표면은 윤기가 있으며 5개의 큰 잎맥이 발달하고
뒷면은 황록색이다.
열매는 작은 콩깍지모양으로 다 닥다닥 붙어서 겨울을 넘기고도 달려있다.
콩과의 식물이므로 땅이 척박하여도 가리지 않으며
무리 지어 심어도 서로 싸움질 없이 사이좋게 잘 자라 준다.
껍질과 뿌리는 민간약으로 쓰이며 삶은 물을 마시면
오줌이 잘 나오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중풍, 고혈압을 비롯하여 통경, 대하증 등 주로 부인병에 대한 효과도 있다고 한다.
경북대 임산공학과 sjpark@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