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김종태
등불은 눈부시지 않다
눈을 부시게 하는 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더 밝은 불빛 아래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한 구석을 지키고 있다가
어두워져야지만 빛을 내는 등불
등불은 요란하지 않다
애써 눈길을 모으지 않는다
화려하지도 않고
오로지 제몸을 태워
자기의 역할을 다할 뿐이다
등불은 보아달라 애쓰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에게 늘
거기 그렇게 묵묵히 있을 뿐이다
어두운 사람이 찾지 않으면
등불은 또 그렇게 때를 기다릴 뿐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나는 너의 등불이 되고 싶다
네가 찾지 않으면 있는 듯 없는 듯
네가 찾을 때에는 언제라도 기꺼이
내 한몸 태우는 너의 등불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