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사랑의 맛

noseein 2006. 1. 11. 07:49

 

 

 

 

 

 

 

 

 

 

 

 

 

 

 

 

 

 

 

 

 

 

 

 

 

 

 

 

 

 

 

 

 

 

 

 

 

 

 

 

 

 

 

 

 

 

 

 

 

 

 

 

 

 

 

 

레종이라는 담배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재미난 이벤트이다

수천 개비 중 하나꼴로 이상한 문구를 넣은 담배개비를 발견한다

짤막한 문구에 감탄을 하기도 하고 그 재미에 레종을 사기도 한다

 

사랑 아무 맛도 없더라

이 짧은 문구 하나를 놓고 곰곰 생각해 본다

레종을 주로 어느 층에서 피우느냐를 생각해 보았다

담배는 니코틴 함량에 따라 나뉜다

0.5   0.3   0.2   0.1  그런데 레종은 0.3 이다

골초들은 싱거워서 0.3 이하짜리는 피우지 않는다

담배를 처음 배우거나 피우던 담배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0.3 짜리를 피운다고 생각해 볼 때

주로 젊은 층이 이 레종을 많이 피우지 않을까 한다

 

사랑에 빠져 즐겁게 허우적대는 젊은이에게 사랑은 꿀맛일 것이다

애인에게서 버림 받고 이별의 상처를 달래는 젊은이에게는 쓸개맛일 것이다

사랑이 두렵고 더더욱 이별이 두려워 사랑을 시작도 못하는 젊은이들이

아마 자위 삼아 쓸쓸하게 내뱉는 말이 <사랑 아무 맛도 없더라> 일 것이다

 

사랑은 무슨 맛인가

오미자처럼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시고 다섯가지 뿐인가?

커피처럼 다양한 맛과 향인가?

정말 아무 맛도 없는 것인가?

아니다 분명 사랑은 오 만 가지 이상의  맛이다

 

사랑은 용감한 자의 몫이다

사랑은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전리품이다

사랑은 그 자체가 목적이고 목표이고 수단이다

사랑은 사랑 그 하나로만 평가되어야 한다

 

사랑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절대적인 것이기에

사랑하는 열 사람이면 그 맛이 열 가지이다

만이면 만 가지이다

사람 따라 그 사랑 따라 맛이 다 다른 것이다

누가 <사랑 아무 맛도 없더라> 라고 곤장을 맞을 그런 소리를 하는가

 

사랑은 옛날에 유행했던 종합선물세트이다

별별맛의 별별 것들이 다 들어 있다

꿀맛만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쓸개맛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새콤 달콤 짭짤한 그 다양성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다면

당신은 사랑할 자격이 있다

 

당신이여

사랑하라

그 어떤 사랑도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은 오직 사랑 그 하나로만 절대최고의 가치이다

두려워 말고 당신이여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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