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먹구름

noseein 2005. 7. 12. 07:35


 


    호우경보

 

 

  하늘에 한조각 먹구름이 일더니
  흙먼지와 퍼런 낙엽을 휘몰아친다
  번쩍 우르르 쾅쾅 번쩍 우르르
  하늘도 땅도 산도 들도 온통 비
  비정의 비 뿐이다


  얼굴을 할퀴고 길을 덮어버리고
  강뚝을 넘더니 산을 무너뜨린다
  세상 모든 것-가로 막히는 것은
  모두 쓸어버린다
  날새도 길짐승도 잎사귀들도
  숨을 죽인 채
  아 이젠 끝인가 보다


  날뛰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엄청난 위력에 한숨만 쉴 뿐이다
  정갱이, 허리춤, 가슴, 목까지 차오르는
  흙탕물을 참으며
  쪽빛 하늘은 사라졌는가보다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끝날 수야 없지 않은가


  오호츠크해 차가운 북동기류와
  태평양 습한 남서기류가 만드는 장마
  장마철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
  하느님의 크신 뜻이며
  어차피 겪어야 할 홍역일진대
  우리는 좀더 슬기로워야 한다
  기다리고 대비하고 싸울
  지혜와 힘과 용기를 길러야 한다


  구 년 장마 뒤도 태양은 빛나는 것
  비 개인 후의 산뜻함과
  다져진 양심과 따뜻한 햇살과
  보송보송함과 잔잔히 여울져 흐르는
  우리가 갖고 싶어하는
  강물을 기다리자


  잠시 세월이 흐르면
  바다는 바다대로
  산은 산대로
  그리고 사람은 사람대로
  각자의 길을 갈 때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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