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저 섬은 섬이 아니다
저 섬은 바닷물에 갇혀 섬이다
그럴 때 우린 배가 없으면 가지 못한다
어쩌다가 이유도 없이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저 섬은 어떤 때에는 걸어서도 간다
저 섬은 섬이면서도 섬이 아니다
이름 지을 수 없는 저 섬을 무어라 하랴
우리는 단지 제부도라 한다
섬은 섬일 때 섬이다
그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 사랑은 사랑일 때에만 사랑이다
다가설 수 없는 사랑은 배로도 다가서지 못한다
다가서지 못하고 그리움 속에만 갇혀있을 때
비로소 그 사랑은 섬이 된다
제부도는 걸어서 갈 수 있을 시간표을 미리 알 수 있지만
그 사랑이 섬이 아닐 때를 나는 모른다
이름 지을 수 없는 이 사랑을 우리는
무슨 사랑이라고 부릅니까?
이런 사랑의 제목을 붙여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