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편지함과 핸드폰

noseein 2005. 6. 24. 06:00

 

 

 

 

 

편지함은 늘 열려있다

그러나 오는 편지는 없다

어쩌다가 돈내라는 고지서

연체되었다는 협박안내문

그러고 보니 편지를 쓴 지도 십년이 넘나보다

 

옛날

밤새워가며 편지를 쓴 적이 있다

한장 두장이 아니라 두루마리종이를 사서

2 미터 3 미터씩 쓴 적도 있었다

참 쓰기도 많이 쓰고 받기도 많이 받았다

 

한번 쓰고 그 답장이 올 동안은 적어도 일주일이 걸렸다

그 일주일 동안은 내내 행복하고 기다렸다

삐삐가 생기고 편지는 뜸해지고

삐삐 그 삐삐에 한목숨 걸었다

주고받는 숫자메시지에 청춘은 그렇게 가고

 

핸드폰요금이 너무 많아 걱정할 정도로 전화를 많이 했다

핸드폰이 따끈따끈해질 정도로 긴 통화도 했다

그러나 그건 다 역사의 한 시대이다

흐르는 세월 속에 내 핸드폰은 차디차게 식어만 간다

지겹게도 오는 스팸문자나 땅 사라는 전화

그것마저 없으면 난 정말 쓸쓸할거다

 

<앗뜨거> 라는 귀여운 노래를 들으며

오늘도 내 역사책을 한장씩 넘기며

무도회의 수첩을 뒤적여 본다

목이 타는 탄탈러스는 마실수록 더 목이 탄다

누가 전화 안 해주나!   문자라도 주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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