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김종태
내가 눈이 멀게 되면
요란한 너의 눈빛 때문이 아니다
자세히 보아서는 아니될 그 금기
그저 얼핏 보고 말 것을
내가 다리가 부러지면
높디 높은 너의 허황한 꿈 때문이 아니다
그저 네 꿈은 거기 그렇게 있겠거니
알고도 모른 척 지나칠 것을
지독히도 외로워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해
미친 듯이 담벼락이라도 기어올라야 하는
몇만년 전의 그 기억
씁쓸한 본능이라고 탓하지 말자
이 늙은 몸이라도 타고 오르렴
눈 멀고 귀 먹고 말마저 못하는
외다리 이 늙은이라도 마다 않는다면
온통 내 몸을 휘어감고
네 마지막 이승을 꿈꾸어보렴
능소화 Campsis grandiflora (THUNB.) K. SCHUM.
중국원산의 낙엽덩굴로 길이 10미터에 달한다.
잎은 마주나고 기수 1회 우상복엽이고 작은 잎은 7-9개
꽃은 8월에 지름 6-8센티미터로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