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세상에나 이런 일이 - 약설명서

noseein 2021. 1. 24. 12:48
 

 

병에 든 약을 사면

종이상자를 벗기고 약병을 꺼낸다

그 종이상자에 약설명서가 들어 있다

아내도 70이 되니 여기저기

아퍼서 먹는 약이 열가지가 훨씬 넘는다

이번에 당뇨 초기라고 진단을 받아

약을 사왔는데 글세 ! 아 글쎄 ! ! 그 약 설명서가 가관이었다

 

 

고소가 들어갈 수 있으니 약 이름은 안 밝히는데 그 약설명서가 자그마치

큰냉장고 양쪽문을 넘는 사이즈였다

그것도 앞뒤로 빽빽히 적혀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11번을 접고 또 9번을 접었다

그러니 조각수로는

12조각에 10조각이 나온다

둘을 곱하면 120 조각 양면인쇄이니

총 인쇄조각이 240조각

 

 

몇조각을 글자수를 세어보니 평균 한 조각에 110 글자이다

110 글자 곱하기 240조각은 26400자이다

인내심 하나는 남부럽지 않으니 도대체 정말 26400 자가 나오나 세어 보았다

1860자까지 세어보다가

<이거 내가 미친 짓이지> 싶어 그만 두었다

 

 

법에 저렇게 하라고 나와있으니 제약회사는 도리없다

저렇게 해야지만 책임을 면하는 것이리라

혹시 약 먹고 부작용이 나더라도 법적으로 책임을 면하는 것이다

법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법이 치사빤쓰라서 그럴 수도 있다

요즘 법을 참 좋아하고 도깨비방망이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고 하나 나면 법 하나 만든다

 

 

가끔 내가 법대 나온 것을 참 후회한다

법 만능주의는 제도나 운영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무서운 것이라고 배웠다

고조선시대의 8조금법이 생각난다

그 시대 사람들 - 얼마나 착하면 여덟개의 법조항으로 다스렸을까??

앞으로 오십년쯤 지나면

팔백조가 아닌 팔천조가 아닌 팔만조법이 생겨나리라 상상해본다

영악해지는 사람들

친구 하나가 우스개소리로 잘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봐>

세상에나 <세상에 이런 일이> 에 나올 법한 약설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