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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아동문학가 어효선 씨는 서울의 아침은 물지게 소리로 밝는
다고 했다. 수도사정이 나빴던 1970년대 이전 마을에 하나씩
있던 공동수도에 가서 아침 일찍부터 물지게로 물을 지어 날라
야 했다. 걸을 때마다 삐걱빼각 소리가 났다. 젊은 사람이나
첫
지게는 힘이 넘쳐 삑빽삑빽 했고 점점 힘이 빠지면 발걸음이
느려 삐이이걱 빼애애각 했다.
부엌의 한구석 두멍이란 커다란 물독에 물을 쏟아붓는 소리
도 멋있다. 촤르르르 촤르르르. 이때쯤 동이 트고 앞마당이나
뒤꼍,
뒤란의 나무 위에는 참새들이 지지배배 짝짜그르르 한바
탕 떠든다. 머리를 질끈 동여맨 어머니는 드르르륵 미닫이문
을, 또는 덜푹
여닫이문을 열고 댓돌 아래로 내려와 부엌문을
열고 가마솥 뚜껑을 연다. 스스스릉은 물을 끓이기 위한 가마
솥 뚜껑 여는 소리고
밥솥이나 옹솥은 그보다 소리가 귀여워
사르르릉 소리가 난다.
이때부터 부엌에선 별난 소리들이 들린다. 밤송이솔로 솥을
닦는 싸악싸악, 조리로 쌀알을 낚는 짤락짤락, 부엌 뒷문을 여
는
더쿠덕, 장독대로 가는 발소리 자박자박, 더쿵 때꿍 또깍 장
독 여닫는 소리, 달그락달그락 설거지 소리, 좌르르륵 개숫물
버리는
소리, 졸졸졸 수챗물 내려가는 소리, 후두두둑 탁 탁 아
궁이 불타는 소리, 또깍또깍 콩콩콩콩 도마질 소리 등 부엌 소
리가 끝나면
여인들의 또다른 소리가 난다.
싸르르륵 싸르르륵은 키질 소리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들들
들들은 맷돌질 소리이다. 쿵덕쿵덕은 절구질 소리, 도드락 딱
다드락
딱 다듬이질 소리, 시르르릉 시르르릉 윙 윙 물레질 소
리, 퍽퍽 쭈구락 쭈구락 빨랫소리, 콩콩콩콩 깨소금 빻는 소리,
쌀르르락
싸르르르락은 체질 소리이다.
딸랑딸랑은 두부장수 소리이다. 지잉지잉은 굴뚝청소부의
징소리이다. 따르르릉은 자전거 벨소리이다. 절컥절컥은 엿장
수 가위
소리, 솥 때워 냄비 때워, 우산 고쳐, 양은 바꿔, 칼 갈
아, 어리굴젓 조개젓 사려, 달걀 사우, 무우나 배추 사려, 채권
사려, 머리칼 사려, 한차례 장사꾼들이 지나고 나면 골목마다
뒤엉켜 노는 아이들 소리가 정답다.
술래잡기, 말타기, 땅뺏기, 사방치기, 자치기, 구슬치기, 오림
말, 줄넘기, 공기, 고무줄놀이, 굴렁쇠돌리기, 다방구, 깡통차기.
아무것도 없어도 아이들은 조잘조잘 까르르르 잘도 논다. 들판
에 새참이나 점심을 내갈 때 아이들은 주전자를 들고 간다.
어
머니가 앞서고 바둑이가 땔랑땔랑거리며 뒤따른다. 논밭에선
아버지와 소가 합창을 한다. 이랴 끌끌 음머어 워워, 저녁이면
댕그랑댕그랑거리며 워낭을 울리고 소가 돌아온다.
집에는 가축들 소리가 여럿이다. 멍멍, 꼬꼬댁 꼬꼬, 으매매
애, 꿀꿀꿀, 냐아웅, 소가 되새김질하는 소리나 꼬랑지로 파리
를
쫓는 소리, 숨을 뿜어가며 여물을 먹는 소리, 작두로 짚단을
써는 싸악뚝 싸악뚝 소리, 별만 좌르르 쏟아지는 밤에 듣는 소
쩍다
소쩍다 소리, 먼데서 들리는 개짖는 소리, 메밀묵이나 참
쌀 떠억, 만주나 호야 호야 겐마이빵,
찌잉 찌잉 풀벌레 소리, 귀또르르르 귀또르르르 소리, 똘랑
똘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도, 초가지붕에 대여섯 자씩 늘
어진
고드름을 따는 또깡 소리도 좋다. 짜글짜글 학교 난로 위
도시락에서 김치가 익는 소리, 파르르르 문풍지 떠는 소리, 촛
불
호르락거리는 소리, 싸아아 심지를 타고 석유가 올라가는
소리, 잉잉대며 전기줄이 우는 소리, 쓰삭쓰삭 아버지 새끼 꼬
는 소리,
밤을 지키는 방범들의 딱딱이 소리도 좋다.
그러나 소리가 어디 들리는 소리뿐이랴. 들리긴 하지만 표현
할 수 없는 소리가 더 많다. 어머니 바느질 소리, 아기의 미소
소리, 달 지는 소리, 노을 붉어지는 소리, 세월 가는 소리, 늙는
소리, 내 심장 소리, 내 숨소리, 눈동자 소리.







강물 흐르는 소리
전깃줄 우는 소리
얼음장 깨지는 소리
장독대 위로 쌓이는 함박눈소리
눈 밟는 소리
두끼 굶은 배에서 나는 쪼르륵 소리
아궁이에서 콩깍지 타는 소리
밥솥 뚜껑에서 나는 김소리
돼지 꿀꿀 대는
소리
소 워낭소리
소쩍새소리 소쩍다 소탱
학교종소리
지우개털이소리
풍금소리
대장간 풀무소리 쇠 두드리는
소리
엿장수 가위소리
나룻배 노젓는 소리
빨랫방망이소리
염전수차소리
통방아소리 쏴아 삐그덕 쿵덕 물레방아소리
디딜방아소리
도리깨질 소리 탈곡기소리
베틀소리 재봉틀소리
쟁기질소리
할아버지 잔기참 소리
담뱃대 터는 소리
낙수물소리
문풍지소리
징검다리 소리
찌잉 찌잉 풀벌레 소리, 귀또르르르 귀또르르르 소리,
똘랑똘랑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
초가지붕에 대여섯 자씩 늘어진 고드름을 따는 또깡 소리
짜글짜글 학교 난로 위 도시락에서 김치가 익는
소리
촛불 호르락거리는 소리
싸아아 심지를 타고 석유가 올라가는 소리
쓰삭쓰삭 아버지 새끼 꼬는 소리
밤을 지키는 방범들의
딱딱이 소리
어머니 바느질 소리
아기의 미소 소리
달 지는 소리
노을 붉어지는 소리
세월 가는 소리
늙는 소리
내
심장 소리
내 숨소리
눈동자 소리
겨울밤 하늘의 은하수 흐르는 소리
별똥별 떨어지는 소리
달 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