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방울꽃

noseein 2007. 8. 12. 06:17
 

 

 

 

 

 

 

 

 

 

 

 

방울꽃

 

                                김종태


눈이 먼 당신을  위해

커다란  종을 쳐 주고 싶지만

나지막한 내 키로는 감당을 못해

그저  작은 종 하나를 울리렵니다


귀가 먼 당신을 위해

큰소리의 종을 울리고 싶지만

작은 내 몸으로는 어쩔 수 없어

이렇게 작은 종소리 하나를 냅니다


나는 늘  당신 곁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당신은 어디 엉뚱한 꿈속만을 헤매시나요?

제 종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마음이 멀어져서 그렇답니다


짐짓 당신에게 짐을 지우기 싫어

방울이라고 종 아닌 척 했지만

당신은 나의 종소리마저도

모기소리만한 삐에조라고 생각하시죠???


 


삐에조: piezo speaker 의 준말로 동전보다 작고 납작한 압전판으로 소리가 난다


 

 


방울꽃

Strobilanthes oligantha Miq.

쥐꼬리망초과의 다년초

낮은 지대의 습기가 있는 그늘에서 자란다.

높이 30∼60cm이다.

원줄기는 사각형이며 마디의 윗부분이 굵어지고 마디와 어린 잎에 긴 털이 난다.

잎은 마주나고 넓은 달걀 모양이며 길이 4∼10cm, 나비 3∼6cm이다.

양면에 털이 나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길이 1∼5cm이다.

꽃은 9월에 연한 자줏빛으로 피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며,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꽃자루는 없고 작은포가 있으며, 꽃받침은 길이 6∼10mm이고 깊게 5갈래로 갈라진다.

화관은 통처럼 생겼으며 길이 3cm 정도로 밑부분이 약간 굽으면서 갑자기 좁아진다.

4개의 수술 중 2개가 길다.

열매는 삭과로서 긴 타원형이고 꽃받침보다 약간 길며 4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가축 사료로 쓴다. 한국(제주도)·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아주 오랜 옛날의 일입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숲속 구석에는 달팽이 한 마리와

예쁜 방울꽃이 살았습니다.


달팽이는 세상에 방울꽃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방울꽃은 그것을 몰랐습니다.

토란 잎사귀 뒤에 숨어서 방울꽃을 보다가 눈길이 마주치면

얼른 숨어버리는 것이 달팽이의 관심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아침마다 큰 바위 두 개를 넘어서 방울꽃 옆으로 와선

" 저어 - 이슬 한 방울만 마셔도 되나요? "

라고 하는 달팽이의 말이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에 방울꽃 곁의 바위 밑에서 잠 못 들던 것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속에서 자기 몸이 마르도록 방울꽃 옆에서 있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민들레 꽃씨라도 들을까봐 아무 말 못하는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숲에는 노란 날개를 가진 나비가 날아왔습니다.

방울꽃은 나비의 노란 날개를 좋아했고

나비는 방울꽃의 하얀 꽃잎을 좋아했습니다.


달팽이에게 이슬을 주던 방울꽃이 나비에게 꿀을 주었을 때에도 달팽이는

방울꽃이 즐거워하는 것만으로 행복해 했습니다.


" 다른 이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해주는 거야."

라고 민들레 꽃씨에게 말하면서 까닭 모를 서글픔이 밀려드는 것 또한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방울꽃 꽃잎 하나가 짙은 아침 안개 속에 떨어졌을 때,

나비는 바람이 차가워진다며 노란 날개를 팔랑거리며 떠나갔습니다.


나비를 보내고 슬퍼하는 방울꽃을 보며 클로버 잎사귀 위를 구르는

달팽이의 작은 눈물 방울이 사랑이라는 것을, 나비가 떠난 밤에

방울꽃 주위를 자지 않고 맴돌던 것이 달팽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방울꽃은 몰랐습니다.


꽃잎이 바람에 다 떨어져 버리고 방울꽃은 하나의 씨앗이 되어 땅 위에

떨어져 버렸을 때, 흙을 곱게 덮어주며 달팽이는 말했습니다.


" 이제 또 당신을 기다려도 되나요? "

그제서야 씨앗이 된 방울꽃은 달팽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방울꽃


                       임교순    


아무도 오지않는

깊은 산 속에

쪼로롱 방울꽃이

혼자폈어요


산새들 몰래몰래

꺽어갈래도

쪼로롱 소리날까

그냥 둡니다


산바람 지나가다

건드리면은

쪼로롱 방울소리

쏟아지겠다


산노루 울음소리

메아리치면

쪼로롱 방울소리

쏟아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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