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도토리 이야기

noseein 2005. 12. 12. 06:05

 

 

 

 

 

 

 

 

 

 

 

 

 

 

 

 

 

 

 

 

 

 

 

 

 

 

 

 

 

 

 

 

 

예부터 우리 산에는 참나무가 흔히 자랐고 여러 가지 쓰임새가 많아

선조들은 ‘진짜 나무 (眞木)'란 뜻으로 참나무란 이름을 지어 주었다.

그러나 식물학적으로 참나무란 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참나무과(科), 참나무속(屬)이란 말은 있어도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참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나무는 없다.
보통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등 6종의 나무를 합쳐서

편의상 참나무라고 부를 뿐이다.

참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는 배고픔을 달래주는 귀중한 식물로서 각광을 받아왔다.

가뭄이 들어 벼농사가 흉작인 해에 도토리는 귀중한 식량이 되어주었다.

구황식물로 으뜸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도토리묵으로 알고 즐겨먹는다.

 

이 도토리는 들짐승의 귀중한 먹이기기도 하다.

도토리는 큰 나무에서 그냥 뚝 떨어진다.

그러면 도토리는 큰 나무 아래만 깔린다.

큰 참나무 아래서 작은 도토리가 싹을 틔울 수가 없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즐겨먹는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볼에 가득 담아 돌틈이나 땅구멍 속에 곧잘 감춘다.

하도 여러군데에 나누어 저장하다 보니 자신도 장소를 잊어버리는 것이 생긴다.

그러면 그런 곳에 숨긴 도토리가 다음 해에 싹이 터서 참나무로 커지는 것이다.

참나무는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는 대신에 다람쥐의 건망증을 이용해 번식을 하는 것이다.

 

12월도 중순으로 다가서는 어제 오후 동산에 올라갔다.

온통 굴참나무 낙엽들이 수북히 쌓여있다.

하늘을 쳐다보았다.

아! 이런!

하늘에는 도토리 하나가 떠억 버티고 있었다.

아마 늦게 수정을 하여 달린 늦동이일 것이다.

그런데 무슨 미련이나 애착이 남아 아직도 깍지에 매달려 있는가?

나무가 막내의 정을 떼지 못해 붙들고 있는가?

도토리가 떨어지기가 싫어서 깍지를 붙잡고 있는 것인가?

생김으로 보아서는 여물 대로 다 여문 놈이 말이다.

 

떨어질 때는 떨어져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섭리이다.

땅에 떨어지지 못하고 12월이 되도록 매달려 있는 도토리를 보면

그 얼마나 안쓰러운지 모를 것이다.

마치 떨어지지 못하고 서른 마흔이 되도록 아직도 부모에게 붙어서

제 도리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요즘 젊은 세대를 보는 것 같다.

땅에 떨어져 사람에게 줍혀서 도토리묵이 되든지

다람쥐에게 먹혀 들짐승의 요기거리가 되든지

운 좋게 살아남아 한 그루 하늘을 찌르는 참나무가 될 일이다.

바람아 불어라.

도토리야 떨어져 네 역할을 다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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