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완펑(Wan Fung)

noseein 2017. 4. 22. 11:55

곽예(고려 문장가)

세 번이나 연꽃을 보려 삼지를 찾아오니
푸른 잎 붉은 꽃은 그 때와 변함없다.

다만 꽃을 바라보는 욱당의 손님만이
마음은 변함없어도 머리털은 희어졌네.

연꽃위에 내리는 비....연우(蓮雨)

하늘 시리도록 서러움 읊더니만
그는 그의 백발보다 하얀 백골이 되어
세상을 시리게 하더니만


이번엔 땀마저 그의 서러움을 
가야금의 열두가닥보다 더 애절하게
비가락되어 님을 두둘긴다.

길을 찾지못한, 번뇌를 떨치지 못한,
승의 시린 서러움은 서서 열두번 죽더니만...


그들에서 핀 미륵의 서러움은 그치나 보다
이제 그들의 비는 기쁨으로
님의 향기를 가려 내린다.

연꽃은 연꽃끼리 모여 산다.
운명의 연줄, 그 인연으로 뒤엉켜 산다.


연꽃 잎새에는 은밀한 말이 숨어있다.
질퍽한 전라도 사투리며, 구성진 남도가락을 머금고 있다.

연꽃은 투정 부리지 않는다. 무겁지만 가라않지 낳고,
빈 몸으로 항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어 더욱 아름답다.


진한 흙 냄새 속에서 향기 머금은 연꽃을 다시본다.

사심없이 청정한 본심으로 핀 꽃,
연꽃은 닫힌 어둠 속에서 눈을 뜨는 투명한 빛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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