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랑대
김종태
님아, 왜 토라지셨어요?
짐이 그리 무거운가요?
배배 꼬여 눈물만 뚝뚝 흘리시네요
제게 모두 기대고 조금만 참으세요
저 아무리 발돋움해도 하늘 아래이고요
길다고 우쭐대도 님보다 짧아요
고개 들어 구름하고 수다 떨어도
다 님을 돕는 것뿐이라오
제가 너무 버겁나요?
전 님이 무거운 적이 없답니다
님 없으면 저 아무 쓸모 없고요
저 없으면 님도 축축 늘어지시죠?
서운한 맘 삐져서 외로 고개 돌리면
지나가는 바람이 달래도 주고
노니는 잠자리 알나리깔라리 약올립니다
살다 보니 그래도 우리 짝이 좋아요
빨랫줄 내 님아
허공에 걸려 외로운 님아
빨래도 없는 지금
우리 끼리 흔들며 놀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