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후줄근한 모습으로
후줄근한 소래를 찾아
후줄근한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신다
많은 날 중 일부러 후줄근한 날을 잡았고
사람도 후줄근하니 후줄근한 소래가 격에 딱 맞겠다
맨 구석자리 후줄근한 자리에 앉으니 경치가 일품이다
개천 하나 사이로 너는 월곶 나는 소래
비는 주룩주룩 오는데
빨간 우산 까만 우산 찢어진 우산
찢어진 비닐우산도 차례가 오지 않아
비를 맞고 학교에 가는 것은 예사였다
철교 위를 보니 가지각색이다
앞서는 사람 뒤서는 사람
우산 쓴 사람 비를 다 맞는 사람
나란히 가는 사람 혼자 가는 사람
느긋하게 가는 사람 허둥대는 사람
저기에 서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한폭의 인생을 보는 것 같다
이런 사람도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오늘 비 맞는다고 늘 비 맞으랴
오늘 빨간 우산이라고 늘 빨간 우산이랴
한잔 두잔 술을 마실수록
소래철교 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일러주는
인생길이 다 그렇고 그런 것이었다
한잔을 마실 때마다 바뀌는 풍경들
다 아름다운 제멋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