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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짓이 이렇다

noseein 2015. 8. 15. 10:47

 

 

 

장기판


 

 

 하는 짓이 시원치 않는다고 졸을 잘라버리고

 하는 짓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차를 팔아버리고

  마음 흔들리다가 마도 빼앗기고

  포기하는 바람에 포도 날려버리고

  상처 도려내지 못하여 상도 잡아먹혔다

  늘 잘난 선비와

  못난 왕만 남았다


 

 
 
 
내가 어딘가에 올린 시덥지도 않고 시답지도 않은 글이다
요즘 내 하는 꼴을 두고 자조적으로 쓴 글이다
나이가 들면 성깔이 조금씩 죽어가고
여유도 생기고 아량도 생기고 이해심도 많아져야 하는데
요즘 내 꼴을 보면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뭔 관심이 그리 많고
사람들의 생각에 뭔 이해가 얽혀서
그렇게도 못마땅해 하고 혼자 붉으락푸르락 칠면조가 되는지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점잖아야 한다고 매일 자기최면을 걸면서도
하는 짓은 영 그게 아니다
 
촛불을 밝힌 사람들 이름을 하나씩 기억을 하면서
내 기억속에서 지우려고 바보 같은 짓을 했다
다정하고 사근사근하고 한때에는 만나기도 하고 번개도 하고
술도 마시고 좋아라도 하고 친구처럼 가깝기도 했건만
단지 촛불을 밝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음에 빗장을 질러버렸다
 
그 사람들 근처에도 가지 않고 얼씬도 아니 하고
대꾸도 참견도 대화도 아는 척도 아니 했다
그리하여 십여명을 지우고 나니 참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이제서 후회를 한다
이제는 그 사람들 이름을 기억하지 않으려고 새로운 애를 쓴다
뇌리를 떠나지 않는 그 이름들을 지우려고 발버둥을 친다
 
철들자 망령이라는 속담처럼 언제 철이 들꼬
그러려니 그저 그러려니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 될 것을
혼자만 잘나고 모든 것을 다 알고 판단이 정확한 것처럼 착각을 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무것도 아니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다 훌륭하다

 

 200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