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노숙자3

noseein 2015. 7. 16. 09:09
창원(菖園) 노숙자(盧淑子:1943~)/한국화

 
 

 

 개양귀비/2004

 

 

 

 들길에서 - 신형건


들길을  지나가다 


바람의  집에  세들어  사는 


풀꽃을  만났다


 

"너희들 방세로  무얼  내니 ?"


내  말이  우습다는  듯

풀꽃들은

가늣한  허리를  잡고

깔깔거리고
 


대신  대답이라도  하듯

바람이

나눠받은  향기  한웅쿰을

코  끝에  뿌려주었다

 
 
 
 
메밀꽃/2004
 
 
 
 
 
 
 양귀비
 
 
 
 
 
 
의아리2005
 
 
 
 
 
 
 흰 으아리/2005
 
 
 
 
 
 
 초가을/2005
 
 
 
 
 
 
 제라늄/2005
 
 
 
 
 
 
 황소눈 데이지/2005
 
 
 
 
 
 
 구슬봉이/2005
 
 
 
 
 
 
베고니아
33.3 x 24.2, 종이에 채색, 2004
 
 
 
 
 
 
花群
160 x 100, 종이에 채색, 2005
 
 
 
 
 
 
꽃창포
40 x 73, 종이에 채색, 2005
 
 
 
 
 
 
개양귀비
40 x 73, 종이에 채색, 2005
 
 
 
 
 
원추리
40 x 73, 종이에 채색, 2005
 
 
 
 
 
좁쌀풀
40 x 73, 종이에 채색, 2005
 
 
 
 
 
132 x 82, 종이에 채색, 2005
 
 
꽃처럼, 아름다운 우리의 인생처럼

꽃그림 전문화가 노숙자



어쩌면 ‘꽃’이란 단어는 ‘아름다움’의 동의어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꽃의 아름다움’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한 나머지 제대로 처다 보지도 않고 스쳐 지나가 버린다. 여기 수십 년간 꽃의 아름다움을 곰곰이 바라봐 온 화가가 있다. 꽃 그림 전문화가 노숙자. 그녀의 그림 안에서 펼쳐지는 꽃의 향연에 초대한다.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아름다움, 꽃을 그리다

꽃은 매력적이다. 화려한 꽃잎의 색깔로 행인의 눈을 즐겁게 하고 고혹적인 향취로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수많은 미술작품과 시에 끊임없이 동참하는 것만 보더라도 꽃의 아름다움은 당연하다 못해 보편적이기까지 하다. 때문에 화가 노숙자에게 ‘왜 꽃을 그리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참 멋쩍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내 주위에서 가장 쉽게 구할수 있는 소재니까요. 길가에 핀 들꽃 한 송이를 꺾어와 그릴수도 있고 작은 뜰에서 조금씩 키우면서 그릴수도 있어요. 몰론 그 전에도 꽃을 좋아하기도 했지요.“ 물론 꽃은 백번, 천번을 반복해서 그린다 해도 닳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소재지만 그것을 선택한 이유가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라니, 수십년간 그려온 이유치고는 조금 싱겁기도 하다. 그러나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있기에 꽃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은 아닐까.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현대인에게 그녀의 그림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꽃이 이렇게 아름다워요. 당신은 미쳐 몰랐지요? 바로 당신 곁에 있는 꽃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그리다

화가 노숙자에게 그림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가족’이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데뷔한 이후 거의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온 그녀가 잠시 붓을 놓은 때가 있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이다. “무조건 ‘가정’이 첫째니까요. 그런데 몇 년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으려니까 참 우울해 지더군요. 집에서 그릴 수 있는 소재를 찾다가 꽃을 그리게 되었는데. ‘아, 이거다’ 싶더라고요” 그렇게 꽃을 그리기 시작한지가 26년째다. 지금도 1년에 40점 이상을 그린다고 하니 그녀가 이제껏 그린 꽃이 몇 송이가 될 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길가에 핀 민들레, 개나리에서부터 작은 뜰에서 정성껏 가꾼 각양각색의 양귀비, 직접 산에 가서 찾은 매발톱, 구슬봉이 등의 야생화까지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꽃들은 저마다의 이름을 달고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다. 단아하고 청순하게, 때로는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매력을 한껏 자랑하는 그녀의 꽃 그림에 화사한 봄 나비가 함께 노닐 때면 마치 꽃향기에 취한 듯 아찔하기까지 하다. 그림을 향해 손을 뻗으면 한아름 잡힐 것 같이 세밀하게 묘사된 꽃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꽃의 아름다움 그 이상을 보여준다.




예술보다 소중한 인생, 꽃과 닮은 삶을 그리다

최근 노숙자 화가는 딸 이정은 화가와 함께 전시회를 가졌다.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그녀의 세 자녀들은 모두 화가, 디자이너, 건축가로 미술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며 활동하고 있다. 특히 맡딸인 이정은 화가는 일상속 공간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극사실적 화풍으로 그녀와 많이 닮았다는 평을 많이 듣는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딸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딸과 공통분모가 있으니까 기쁘고 즐그워요. 하지만 모녀의 그림이 비슷하다는 평가를f 받을까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요. 그래도 집안에 있는 일상적인 것을 소재로 그린다는 점은 닮았네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최소한의 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한 시간씩 꼭 운동을 한다는 그녀. 근처 주부들을 집에 모아놓고 하는 그림 수업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는 그녀. 노숙자 화가에 있어 그림이란 소소하지만 진실한 인생으로 이끄는 예술. 그 이상의 것이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의 예술가 못지않게 그녀가 대단해 보이는 것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향해 더디지만 진실한 걸음을 걸어온 열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눈부신 아름다움이 되는 그녀의 그림을 통해, 우리는 어느새 꽃과 닮아있는 우리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글 홍유진 자유기고가, 사진 최병준 Kamp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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