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1
김종태
꼭꼭 숨어
보이지도 않는
가녀린 두 잎에서
쏘옥쏘옥 살포시
어쩜 그리고 긴긴 꽃대가
팔월 풀밭
구월 하늘
더미더미 무더기
송이송이 조르르
어쩜 그리도 고운 분홍꽃이
무릇 2
영이도 철수도 친구도 모두 그런다
남 앞에서 울면 안 된다고
창피하게 돌아서면서 속으로
<오 그래? 니들은 어디서 우니?>
근심 걱정 모두 잃어버린다는 망우리 공동묘지
팔월 땀방울이 소나기처럼 퍼붓는 산비탈 묘지에서
올망졸망 피어 있는 무릇을 보고
풀썩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한다
산소에서 우니까 누가 뭐라랴
땀방울과 눈물방울이 뒤섞이니 누가 눈물로만 알랴
하나 하나 뜯어보면 이리도 예쁜 꽃이
어쩌다가 들풀이라고 외면당할까
그럴 듯한 이유가 생각났다
무릇꽃이 너무 예뻐서 울었어요
울지 않던 녀석들이 어디서 우는지 이제 알았다
그들도 여기 공동묘지에 와서 우는 거다
무릇 Scilla scilloides (Lind.) Druge
백합과 다년초
일부 지방에서는 물구지라고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면조아(綿棗兒)라고 부른다.
전국의 들과 밭이나 산지의 반그늘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키는 사람 무릎 높이를 넘지 않는다. 여러 장의 잎이 밑동에서 나오고, 보통 두 장씩 마주난다. 꽃줄기가 곧게 서며, 이 꽃줄기에 수많은 꽃이 붙어서 전체적으로 총상화서를 이룬다. 한여름에 하늘색을 약간 띠는 예쁜 분홍색 꽃이 피어난다. 열매는 삭과이며 다 익으면 벌어져서 흑색의 가느다란 씨를 낸다.
옛날에는 알뿌리(인경)을 구황식물로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