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어효선씨의 「내가 자란 서울」이란 재미있는 책에는 서울 의 아침은 물지게 소리로 밝았다 한다. 삐걱빼각 삐걱빼각이라 고 했는데 이 소리는 물초롱의 무게 때문에 물지게의 나무판들 이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부딪치며 내는 소리이다. 우리나라에 상수도가 처음 설치된 것은 일제시대 때였다. 1879년 콜레라가 크게 퍼져 많은 사망자를 내자 대도시에 상수 도설치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고 1906년 뚝도수원지 공사 가 시작되어 1908년에 12만 명에게 수돗물이 공급되었다. 수도 회사에서는 물장수들의 피해를 줄이고자 시내에 220곳의 공동 수도를 만들고 그 사용권을 물장수들에게 주고 대신 물사용료 를 받았다.
처음엔 우물물이나 한강물을 길어다 팔던 물장수들은 나중 에는 공동수도물을 팔았다. 그 뒤에 물장수제도를 폐지했지만 수도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많았고 지대가 높은 지역에서는 수 돗물이 나오지 않아 물장수들은 여전히 인기가 있었다. 해방이 되고 수돗물 공급이 늘면서 화려했던 물장수들도 장사가 되지 않아 하나 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공동수도에 가서 물지게로 물을 사 지고 오더니 수도가 들어왔 다고 좋아했는데 수압이 약하여 물이 나오지 않았다. 낮에는 아예 물이 안 나오고 남들이 물을 안 쓰는 새벽녘에야 쫄쫄쫄 나왔다. 밤잠을 설치고 물받기전쟁을 치렀다. 가뭄 때는 아예 수도는 말라버리고 물차가 동네에 들어오면 물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이란 그릇은 모두 식구마다 들고 줄을 서는 슬픈 광경을 1970년대까지 연출해야 했다.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젠 무엇을 마실 것인가가 문제이다. 올해의 음료시장이 2조 7천억 원이란 다. 무려 동그라미가 11개가 된다. 1950년대 칠성사이다로 19 68년대 후반부터 코카와 펩시의 두 콜라가 음료시장을 주름잡 았다. 그 사이사이 맥콜 등도 선을 보였고 1980년대에 쥬스류 가 세를 누리더니 1990년대 들어와서는 건강음료가 판세를 잡 고 있다. 90년 초 이온음료가 끼어들었고 95년 식혜가 불티나 게 팔리자 전통음료가 쏟아져나왔다. 식혜, 수정과, 대추, 배, 오미자, 생강 등의 신토불이 복고풍 음료가 나왔다.
또 최근에는 과즙음료가 나왔다. 갈아서 만들었다는 배, 사 과와 포도, 토마토, 당근 등 채소음료, 해초음료가 나왔다. 또한 탄산음료와 과즙음료의 합작품도 나오고 발효음료와 과즙음료 도 섞이고 있다. 현재 백여 종의 음료가 불꽃 튀는 전쟁을 치 르고 있다. 해마다 40-50여 종의 음료가 나왔다가 소리없이 사 라진다. 이제 음료시장은 탄산음료, 쥬스, 기능성음료, 전통음 료, 발효음료, 우유, 유산균음료, 드링크류 등으로 크게 나뉘고 서로 섞이고 얽혀서 미래의 음료시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내일은 무슨 상품이 나올까.
리나라는 남달리 물이 맑고 맛있었다. 산골마다 길가마다 옹달 샘이 있었고 동네마다 공동우물이 있어서 이 우물가를 중심으 로한 이야기가 많았다. 약수도 많았고 샘물도 암물이니 숫물이 니 맛이 가볍니 무겁니 할 정도로 물맛 구별이 뛰어났었다. 중 국에 차문화가 발달한 것은 물을 끓여 마셔야 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석회석 성분 때문에 그냥 마시지 못한 다. 중동은 석유보다 비싸게 물을 수입해 먹는다. 우리나라의 물은 신이 지구상에다 아껴둔 비장의 명품이라고 칭찬한 사람 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우리가 먹고살기 힘들 때의 이야기 였다. 몇 차례에 걸친 경제개발 5개년계획과 80-90년대의 산업 화 이후 먹고 살 만큼은 되었으나 우리의 강산은 오염되기 시 작했다. 수돗물이 안전하니 어떠니로 논란이 일고 정부관리가 수돗물을 마시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나왔다. 그와 때를 같이하 여 생수장수가 생수판매에 열을 올리고 수돗물 불신을 부추기 었고 드디어 1995년 5월 먹는물관리법이 시행되면서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밀어붙이던 대기업들은 되는 장사로 여겨 너도 나도 물수입과 지하수개발에 눈을 돌렸다.
에비앙, 볼빅, 바이킹들이 쳐들어왔으나 다행이 수입생수는 곧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다. 유통기한이 길어 불신을 했고 포 장용기가 작아서 18리터짜리를 선호하는 국민들이 쓰기에 불 편했으며 가격이 만만치 않았으며 먹는 것만큼은 국산이 최고 라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런 점을 노리고 현대판 봉이김선달 은 땅 속의 물은 아무나 파서 팔면 된다는 생각 아래 너도나도 땅에 구멍을 뚫었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지하수는 석유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재산이요 겨레 모두의 재산이며 후손들의 몫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은 물이 석유보다 싸지만 외국의 경우 석유보다 비싼 곳이 있으며 미래에 가서 모든 지 하수가 고갈되거나 오염되었을 경우 석유의 몇 곱절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지하수는 더 이상 일개인이나 장사꾼들의 소유가 되어 서는 안 된다. 2천억 생수시장을 세 개의 대기업과 수십 개의 군소업체가 독점하고 여기저기 시추공을 뚫은 다음 뒤처리를 하지 않아 지표의 오염된 물이 몇십 몇백 미터 땅 속으로 그대 로 흘러들어 전체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자행하고 있다. 더구나 정부에서는 이런 실태에 대한 기초조사 도 없고 제재할 법적 여건도 자세히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지하수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은 지하수의 고갈과 오염이다. 우리나라의 땅 위의 수자원은 년간 1140억 톤이다. 이중 42% 는 증발로 구름이 되어 흩어지고 나머지는 하천에 있다. 이 하천의 물 661억 톤 중 61%는 6,7,8월에 집중되는 홍수로 바로 바다로 흘러간다. 나머지 39%인 258억 톤만 평상시에 흐른다. 이 중 143억 톤은 댐에 저장되고 나머지 115억 톤은 자연히 흘 러가면서 이용된다. 그러나 공해로 인한 산성비 때문에, 또한 가정과 공장의 폐수 때문에 강물은 나날이 오염되고 있다.
1894년만 해도 한강물을 그대로 식수로 떠 마셨고 얼음으로 잘라 빙고에 저장했다. 30년 전 만해도 중랑천에서 미역을 감 았다. 자동차의 매연, 공장폐수, 폐기물의 무단투기. 방치로 강 물은 오염되고 오염된 지표수는 지하수를 오염시켜 서울 근처 의 약수 중 90%가 식수불가 판정이다. 먹는 샘물이나 공업용 수나 온천을 개발하기 위하여 무단으로 파고 방치한 폐공을 통 한 지하수의 오염은 더욱 심각하고 직접적이다. 또 파손되고 낡은 하수도를 통한 지하수의 오염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지 하수는 1조 5천억 톤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서 현재 실제로 이용가능한 양은 연간 50억 톤이다. 돈벌기에만 급급한 봉이 김선달은 땅에 구멍을 뚫고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이렇게 총 체적으로 우리의 지하수는 오염되고 고갈되어 가고 있다.
오염물질발생을 억제하고, 지하수보존 및 이용상태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지하수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폐공관 리를 철저히 하고 무분별한 지하수개발을 억제해야 한다. 폐기 물을 몰래 땅에 묻는 행위를 엄벌해야 한다. 댐을 많이 건설하 고 오염물질을 발생지에서부터 개별처리하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이제 땅 위나 땅 속의 물은 국민 모두의 재산이라는 수 자원공개념을 하루 빨리 정착시키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야 한다. 이 책의 끝 부분에 물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만큼 중 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3-4일 굶어도 죽지 않는다. 석유가 없어지고 며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그러나 며칠만 마실 물이 없어진다면 우리 모두는 죽는다. 물은 생명 이다. 물은 국가자원이고 후손의 몫이다. 물을 우습게 보았다 가는 큰코다친다.
<기타자료>
우물에서 물 긷던 새악시가 길 가던 나그네에게 물 한 모금을 대접해 주고 융숭한 보답 을 받은 예도 많다. 어여쁜 모습에 덕성을 갖추었다면 그 인연을 일약 왕비로까지 부상된 역사적 사실도 있다. 목이 말라 급히 다가온 자에게 물을 떠 줄때는 물그릇에 깨끗한 풀잎이나 나뭇잎을 띄운다. 급하게 마시다가 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생활을 지혜다. 우물정자 유래: 井 우물을 파고 땅 위에 나무나 돌로 입구에 세운 장치 돌우물 노깡(흄관) 홍수때 건수 (흙탕물) 우물가 풍경 : 우물은 모든 세대의 식수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공동세면장이기도 했다. 아녀자들의 빨래터도 되고 대화의 장소도 되고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골목길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종류의 놀이 이후에 찾게되는 최고의 오아시스였으며, 저녁 무렵 발바닥 때를 벗기는 목욕탕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씩은 수박이며 참외가 둥둥 떠 있는 주인집의 냉장고이기도 했다. 우물 앞에 벽돌과 세멘트로 작은 확을 만들어 물을 받아서 간이욕조나 여름철 냉장고로 이용. 두레박 : 지방에 따라 두룸박․드레박이라고도 하며, 옛말은 드레이다. 옛날에는 큰 바가지에 나무를 질러 거기에 줄을 길게 매어 사용하였으나 차차 판자․양철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양철로 된 페인트통을 많이 사용했다. 미군의 철모 속 화이바로 두레박을 만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손으로 줄을 잡아당겨 펐으나 물을 많이 사용하는 곳에서는 우물가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긴 나무를 가로질러 한 끝에는 돌을, 한 끝에는 두레박을 매달아 돌이 내려가는 힘을 이용하여 물을 펐는데, 이를 방아두레라 하였다. 두레박의 줄 대신 나무로 긴 자루를 단 것을 타래박이라 한다. 두레박이 빠졌을 때 : 거울로 우물속을 비춰 빠진 두레박 위치를 확인 두레박건지기로 건져올림 두레박변천 :손으로 사용, 도르래이용, 펌프 : 뽐뿌 우물 위에 뽐뿌를 설치할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직접 땅에 뽐뿌용 파이프를 박아 지하수를 게발하기도 했다. 마중물: 뽐뿌가 시간이 지나면 물이 빠진다. 이때 물 한 바가지를 붓고 뽐뿌질을 하면 물이 올라온다 마중물은 펌푸의 물을 끓어 올리기 위해 붓던 한바가지의 물을 일컫는 순 우리말이다. 마중물은 첫물이지만 마실물은 아니다. 그저 땅속 깊이 들어가 고인물을 흔들어 깨워 밖으로 솟구치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마중물은 사라지는 물이다. 하지만 펌푸는 마중물없이 샘물을 솟아나게 할 수 없다. 자동펌프 탄생 동제를 지낼 때 동네 우물을 청소하고 치성을 드린다 먹골 도당굿 이야기 우물 청소 이야기 우물의 특징: 온도 일정 .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낡은 우물이 있는 풍경(風景) / 김종한 능수버들이 지키고 섰는 낡은 우물가/ 우물 속에는 푸른 하늘 쪼각이 떨어져 있는 윤사월(閏四月) ― 아즈머님 지금 울고 있는 저 뻐꾸기는 작년에 울던 그놈일까요 조용하신 당신은 박꽃처럼 웃으시면서 두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하늘만 길어 올리시네 두레박을 넘쳐 흐르는 푸른 전설(傳說)만 길어 올리시네 언덕을 넘어 황소의 울음 소리는 흘러오는데 물동이에서도 아즈머님! 푸른 하늘이 넘쳐 흐르는구료 1937.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