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큰개불알풀

noseein 2007. 3. 31. 11:02

 

 

 

 

 

 

 

 

 

 

 

 

 

 

 

 

 

 

 

 

 

 

 

큰개불알풀


 

처음 들었을 때는 뭐 이런 이름도 있는가 싶었다.

들꽃의 이름이 꽃처럼 귀엽고 아름답지 못하고....그 덜렁하고 큼직한 개불알이라니......

그래서 입에 올리기도 쑥스러워 했던 적이 있다.

1월 하순이면 한창 겨울인데도 마을 한 쪽이나 들머리에 서면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몸을 비비대며 꽃을 피우고 있는 개불알풀들을 볼 수가 있다. 대부분 큰개불알풀이다.

이름 봄, 여전히 칼바람이 회색 들판을 휩쓸고, 들녘에는 농부들의 모습을 찾을 수도 없는데 개불알풀들은 코발트 빛의 앙증스런 꽃송이를 들어 올리고 봄 채비를 하고 있음을 알린다.


큰개불알풀(Veronica persica)은 쌍떡잎식물 현삼과 두해살이풀로 귀화식물이다.

길섶이나 빈터, 잔디밭, 산자락이나 주택가 등 다소 습한 곳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줄기는 10-30cm 정도이다.

잎은 길이가 1-2cm이고, 줄기 밑 부분에서는 마주나며 윗부분에서는 어긋난다.

또 밑부분의 잎에는 짧은 잎자루가 있고 윗부분에는 없다.

잎모양은 달걀 모양의 삼각형인데 가장자리에 4-7쌍의 둔한 톱니가 있으며 잎 양면에 털이 있다.

꽃은 4∼6월에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자루에 한 개씩 달린다.

꽃받침과 꽃잎은 각각 4장에  하늘색 꽃이 피는데 그 중 한 장은 크기가 작고 색깔도 옅다.

꽃받침의 길이는 6-10mm이고 꽃의 크기는 지름이 8mm이다.

열매는 삭과이고 편평한 심장형인데 중앙이 깊게 가라지고 양끝이 뾰족하다.



개불알풀(Veronica didyma var.lilacina)은 

이름으로 보아 큰개불알풀보다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징은 큰개불알풀과 대부분 비슷하지만.....

줄기가 5∼30cm 정도이다.

부드러운 털이 나며 밑에서 가지가 갈라져 옆으로 자라면서 비스듬히 선다.

잎은 길이가 0.4-1.1cm이고 가장자리에 2∼3쌍의 톱니가 있다.

5∼6월 잎겨드랑이에 붉은 홍자색의 꽃이 1개씩 달린다.

꽃자루는 가늘고 잎과 거의 같은 길이이다.

꽃받침의 길이는3-6mm이고 꽃의 크기는 지름이 3∼4mm이다.     

열매는 신장 모양의 삭과로 가운데가 잘록하고 앞면에 부드러운 털이 나며 8∼9월에 익는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자생종인 개불알풀보다 외래종인 큰개불알풀이 대부분이다.

이 밖에도 선개불알풀(Veronica arvensis)과 눈개불알풀(Veronica hederaefolia L.)이 있다.


** 어느 분의 책에 불알이란 말이 흉한지 봄까치꽃이라 썼는데 그 말도 좀 우습고 작위적이다 그냥 개불알풀이다 개불알꽃도 누구는 복주머니꽃이라 하는데 왜 불알이 흉칙해요? 그냥 개불알풀 개불알꽃 이렇게 불러야 맞다 **



개불알풀 종류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식물로 개불알꽃(Cypripedium macranthum)이 있다.

개불알꽃은 외떡잎식물(Monocotyledoneae)로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난초과 식물이다.

줄기는 곧게 서며 키는 25∼40cm이다.

짧은 뿌리줄기를 옆으로 벋으면서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며 털이 난다.

 잎은 3-5개가 어긋나고 넓은 타원형에 길이가 8∼20cm, 나비 5∼8cm이다. 꽃은 5∼7월에 길이 5cm의 붉은 자줏색으로 줄기 끝에 1개 씩 핀다.

포는 잎 모양으로 길이 7∼10cm이다.

꽃잎 가운데 2개는 달걀 모양이고 끝이 뾰족하며 밑쪽에 약간의 털이 난다. 입술꽃잎은 주머니 모양으로 길이 3.5∼5cm이다.

이 모양을 보면 영락없이 개불알이다.




개불알꽃(복주머니란)


그런데 개불알꽃은 어느사이엔가 복주머니란(Cypripedium macranthum)으로 바뀌었다.

이름이란 이름이 붙여질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생활환경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다.

또 당시 지식인 대열에 섰던 식물학자들의 고뇌도 읽을 수 있다. 이름에 관해서는 다음에 이야기 할 기회가 있겠지만.......개불알풀, 개불알꽃 외에도 할미꽃, 요강나물, 중대가리풀,광대나물, 송장풀, 사위질빵, 우산나물, 며느리~, 비짜루... 등등 생활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던 순 우리말을 부려써서 일반인들이 쉽게 기억하고 즐겨 불러 줄 수 있도록 노력했을 그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이름이란 기억하고 불러 줄 수 있을 때라야 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고, 이름과 함께 그 모양을 동시에 떠올릴 수 있다면 더 이상 뭐가 부족하겠는가.

그러니까 백과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말은 개불알꽃이고 식물의 국명은 복주머니란이다....

위의 설명에서 보듯 개불알풀은  개불알꽃과는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그래서 개불알풀의 꽃이나 큰개불알풀의 꽃을 개불알꽃이나 큰개불알꽃으로 부르는 것은 어법에도 맞지 않다.


개불알이란 열매를 뒤에서 보면 약간 뾰족한 모양이 개불알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나는 불알이란 이름보다 개~라는 단어에 더 주목한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참 흔하고 친숙한 가축이 개였다. 어디든 낯선 골목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사납게 짖어대면 달려나오는 게 개들이었다. 아파트가 없던 시절 집 대문이나 담벼락에 '개조심'이라는 경고판이 지금의 '주차금지' 경고판보다 더 많았고, 운이 나쁘면 물리거나 쫓기기도 해서 다음부터는 그 골목을 피해 다니기도 했다. 큰 수술을 하거나 한 여름에 복날이 다가오면 개장국을 준비했다. 그럴 때 개의 생식기는 집안 어른의 몫이었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중심가를 약간 벗어나 두어 불럭의 거리 양쪽이 온통 개장국집들로 성시를 이룬 적이 있었다. 또 개장국이 생각나면 소고기를 푹 삶아 고기를 결따라 잘게 찢고 갖은 양념을 해서 대신 먹은 게 육개장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무튼 그 작디 작은 열매에서 개불알을 떠올렸다는 건 당시로선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게 무슨 호사라고 ~풀도 붙이고,~꽃도 붙였으니...재미 있는 일이다.



큰개불알풀의 학명은 'Veronica persica'이다. 영명으로는 'bird's eye'이고........

학명의 Veronica(베로니카)는 귀에 익은 이름일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베로니카로.... 영화 <벤허>를 보았다면 십자가를 등에 지고 형장으로 끌려가던 예수 그리스도가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지자 로마 병사들이 길을 재촉하며 채찍을 내려친다. 그때 달려들어 자신의 손수건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흙먼지와 흐르던 땀을 닦아 주던 여인이 베로니카다. 이어서 손수건에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모습이 비치는 기적이 일어나고...

큰개불알풀의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베로니카의 손수건에 비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모습을 연상 시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영명의 'bird's eye'가 가르키는 새의 눈은, 설령 매서운 눈의 독수리라 해도 보석처럼 맑고 빛나는 새들의 눈을 상상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이렇듯 똑같은 종류지만 생각이 닿는  포커스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꽃이고 우리는 열매다. 개불알풀보다 큰개불알풀의 꽃이 더 크다. 그래봤자 1원짜리 동전만도 못한 꽃이라도 있어야 눈에 띄는 개불알풀에서 하필이면 꽃이 아닌 열매에 시선이 닿았다는 것도 기특하다. 어찌하든 양쪽 이름이 다 개불알풀과는 무관한 상상이 낳은 픽션의 산물이다. 사실 그것이 개불알이든 베로니카든 꽃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았다는, 베로니카의 꽃잎에 그려진 방사형 라인은 곤충을 끌어들이기 위한 안내선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 끝에 꿀샘이 자리잡고 있다. 곤충들은 꿀을 얻으려면 가냘픈 꽃자루에 매달려 흔들거리는 꽃을 6개의 발로 꼭 끌어안지 않으면 안 된다. 큰개불알풀의 암술과 수술은 바로 그런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철저한 Give & Take이다.

이렇게 해서 가루받이를 마친 베로니카는 시간이 지나면서 열매를 키운다. 바로 개불알을 닮은 종자로......



개불알풀 종류를 보면 대부분 한 곳에 무리지어 자란다. 한 지역을 온통 뒤덮고 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꽃들이 다투어 필 시기에 작은 꽃들이 하늘의 별처럼 들이나 언덕배기를 뒤덮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꽃들이 워낙 키가 작아서인지 만들어진 종자가 멀리가지 못하고 대부분 근처에 떨어져 터를 잡기 때문이리라. 



   <네이버 달무리 님 ori2k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