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양목
회양목
김종태
편안히 살 수 있다는 그 하나 때문에
순순히 맡겨버린 몸뚱이거늘
길들여지는 그 무엇이 또 더 무서우랴
키워지거나 사육되는 세상에서는
너는 더 이상 네 마음을 믿으면 안 되느니
눈길 닿는 대로 손길 닿는 대로
네 모든 것을 허락할 뿐이다
한 그루 나무로 하늘을 찌르며 살고 싶어도
사시사철 변함없이 푸르다는 그 이유 하나로
싹뚝싹뚝 자르고 잘라
동그스름하게 만들어버렸다
나 나무입니다 나무라구요
아무리 말해도 풀도 아니고 나무도 아니고
얼치기 그냥 도장나무인데
꽃이라고 수천개 다닥다닥 달고 있어봐야
부질없다 하릴없다 아무도 모른다
회양목 [黃楊, Korean box tree]
Buxus microphylla var. koreana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회양목과의 상록관목
산지의 석회암지대에서 자란다. 상록활엽 관목 또는 소교목이다.
높이 7m에 달한다. 작은가지는 녹색이고 네모지며 털이 있다.
잎은 마주달리고 두꺼우며 타원형이고 끝이 둥글거나 오목하다.
중륵의 하반부에 털이 있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뒤로 젖혀지고 잎자루에 털이 있다.
꽃은 3-4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암수꽃이 몇 개씩 모여달리며 중앙에 암꽃이 있다.
수꽃은 보통 3개씩의 수술과 1개의 암술 흔적이 있다.
암꽃은 수꽃과 더불어 꽃잎이 없고 1개의 암술이 있으며 암술머리는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로 타원형이고 끝에 딱딱하게 된 암술머리가 있으며 6~7월에 갈색으로 익는다.
한방에서는 진해.진통.거풍 등에 이용한다. 정원수.조각재.도장.지팡이로 이용한다.
전라북도.평안북도 및 함경북도 이외의 전국에서 자란다.
잎이 좁은 바소꼴인 것을 긴잎회양목(for. elongata)이라고 하고, 관악산에서 자란다.
잎의 길이 12~22mm, 나비 4~11mm이고 잎자루에 털이 없는 것을 섬회양목(var. insularis)이라고 하며,
남쪽 섬에서 자란다.
배용한 님의 글
회양목
학교에 가장 많이 있는 나무가 무슨 나무일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소나무,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향나무 등의 나무들을 생각할 것이다. 이른바 교목(校木)이라 이름 붙을 만한 나무쯤 되는 그런 잘난 나무들이다. 그러나 사실 학교에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있는 나무는 회양목일 것이다. 키가 작아서 눈에 잘 뛰지도 않고, 아이들 등쌀에 찢기기도 하고, 아이들이 우유 곽이나 과자 봉지 같은 것을 숨기기나 하는, 나무 같이 생각되지도 않는 나무가 회양목이다. 그러나 회양목은 학교마다 학교 입구나 화단에 수 십 또는 수 백 그루 씩 있다.
학교에서 이른봄에 가장 먼저 벌들을 모으는 꽃이 무슨 꽃일까? 회양목이다. 사람들은 회양목이 꽃을 피우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이들이 많다. 사실 회양목 꽃은 꽃이라 할 것도 없다. 크기도 그렇고, 모양도 그렇다. 색은 연두색으로 그 잎 색과 비슷하고, 잎 속에 묻혀 눈에 띄지 않는다. 누가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벌은 회양목 꽃을 잘 아는 것 같다. 3월이면 교정에 벌이 많이 찾아온다. 회양목 낮은 나무에 벌이 많이 모인다. 회양목은 색깔도 모양도 크기도 볼품없으니 일찍 피어 벌을 모으는 것인가? 그러나 향기는 좋다.
아이들이 뛰어 노는 교정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회양목은 대단한 생명력을 가진 것 같다. 짓밟으면 짓밟는 데로 그냥 자라고, 그래서 학교에서는 해마다 가지를 잘라서 동그랗게 모양을 만든다. 동그란 모양만 아니라 사람이 하고자 하는 데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그냥 자라게 두면 그키가 4-5m는 자란다고 한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우리는 이 나무를 도장나무라고 불렀다. 나는 그 나무로 도장을 새겨 보지 못했으니 아마 누구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옛날에는 관인이나 낙관을 회양목으로 새겼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목판 활자의 재료로 많이 쓰여서 이 나무가 부족하였다고 한다. 또, 점을 치는 도구나 호패를 만드는 재료로 쓰였다고 한다. 큰 목재가 되지는 못하지만 쓰임새가 많았다.
회양목은 곱고 균일한 나무질을 가지고 있는 나무이다. 나무들은 물을 운반하는 물관세포가 크고, 섬유세포는 작다. 그러나 회양목은 다른 나무와 다르게 물관세포와 섬유세포의 크기가 그의 같다. 물관세포의 지름이 다른 나무들은 0.1~0.3mm인데, 회양목은 0.02mm정도이고, 고루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나무질이 고루 곱고, 치밀하고 단단하다.
나무의 키도 작고, 꽃도 작고, 색도 고울 게 없어 눈에 띄지 않아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짓밟히고, 가지 찢겨도 그냥 잘 자라고, 사철 푸른빛을 잃지 않고, 남보다 먼저 진한 향기를 가진 꽃을 피워 벌들이 모이고, 무엇보다 속이 고르고 단단한 나무가 회양목이다. 내 곁에도 이 회양목 같은 사람이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 회양목 같은 학생이 있다. 보잘것없어 천대받지만 속이 단단한 회양목 같은 아이가 있다. 그를 알아줄 책임이 교사에게 있다.
산방한담 글
회양목에
꽃이 피었다.
무슨 회양목에 꽃?
하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사실은 나도 오늘 처음 보게 되었다.
이것이 꽃인지 뭔지는 몰라도
전에 없던 것이 나타난 차에 신기하여
사진도 찍어 놓고
인터넷에서 자료도 찾아보고 했더니
회양목에도 이런 예쁜 꽃이 핀다 했다.
회양목 꽃은 얼른 봐서는 안 보이지만
조금만 유심히 관찰해 보면
연초록빛의 아주 예쁜 꽃이 핀다.
이런 바라봄과
발견이
소박하지만 작은 행복을 안겨준다.
황양목선(黃楊木禪)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황양목이 회양목을 지칭하는 것으로
회양목 같은 참선수행자를 이르는 것.
근기가 우둔하여
아무리 참선수행을 하여도
제대로 성취를 못 이루는 수행자를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만큼 회양목이란
자라는 것이 더디고 느려
자라는 지도 모르게 자란다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황양목선의 수행자를
아둔하고 성취를 못 이루는 수행자로 보기 보다는
더디고 느리더라도
일년 사시사철 푸르른 잎을 가지고 있음을 볼 때
항상 같은 마음 같은 정진으로
꾸준히 수행하는 수행자라고 칭찬해 주고 싶다.
회양목은
일년 사시사철 푸르고
그 잎도 진하다 보니
봄이 되어 피는 같은 색의 꽃인
회양목꽃을 보지 못하곤 하는 것.
또 오히려 회양목꽃은
회양목 잎보다 더 색이 연하여
더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그 연초록의 앙증맞고 아기자기한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회양목을 보며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아도
남에게 쉬 드러나지 않더라도
늘 때가 되면
꽃을 틔우는 것을 볼 때면 숙연해 진다.
요즘이야
얼마나 나를 드러내고자 하고,
드러내기 위해 온갖 화려한 치장으로
시선을 끌기 위해 애쓰는가.
그럼에도
묵묵하고 묵연하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가꾸는
황양목선의 수행자가 있다.
그런 수행자...
오늘 난생 처음
회양목 꽃을 보면서
황양목선의 수행자를 내 안에서 그려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