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어떤 짝사랑 이야기

noseein 2006. 12. 24. 06:43

꽃들도 이젠 많이 시들어가는 9월 말일

모처럼 구리 왕숙천가를 걸었다

비짜루국화, 미국쑥부쟁이, 도꼬마리 들이 반기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확 뜨인 것은 작은 부전나비였다

옛날에 보던 알미늄으로 만든  아주 작은 1원짜리 동전보다도 작은 암먹부전나비였다

 

 

 

 

이 아가씨는 워낙 작아서 가까이 다가서야 그 아리따운 모습을 다 볼 수 있는데

좀  느긋하지 못하고 조금만  불안하면  냅다 도망을 간다

날개 무늬가 위쪽과 아래쪽이 다르다

아래쪽은 조금 화려하고 점점이 무늬도 있는데  위쪽은 짙은 갈색으로 단순하다

 

조금 더 개천을 따라 내려가다가 신기한 아가씨를 발견했다

 

 

 

 


 

부전나비 종류는 종류인 것 같은데 윗 날개빛이 신비한 사파이어색이었다

아니  어쩜   저렇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을까?

우선 도망  잘  가는 아가씨 습성을 아니까

줌으로 가득  당겨서 사진  한컷을 찍었다

살금살금 두어 발자국을 더 가까이 가서 한컷  더 찍었다

아 기막힌 자태였다

 

 

 


나는 그 아가씨의 날개  위쪽  그  신비한 사파이어색에  반하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저리도  고운 날갯빛을 가졌을까?

야금야금 다가섰더니  여지없이 그 아가씨 나를 경계하고  냅다  도망갔다

그 아가씨를 찾아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아가씨의 그 아리따운 모습만 본다면  내 모습이야 어떠랴

나는 그녀에게 다가서는 방법을 바꾸기로 앴다

군대에서 배운 포복 즉  기어가는 방법이었다

한번에 10센치미터씩  그녀가  도저히 눈치 채지 못하게 야금야금  기어가는 방법이었다

드디어 그녀를 찾았다

 

 

 

 

숨이 턱턱  막혔다

숨소리도 죽여가며 한컷 한컷 찍었다

세상이 내것처럼  환희  그 자체였다

어쩌면  이렇게도 신비한 색깔이랴

 

 

 

 

그녀의 날개가 모두 눈에 들어왔다

가슴이 콩닥거렸다

여인의 속옷을 본 것처럼

내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의 날개 아랫쪽은 다른 아가씨처럼 얼룩무늬였다

그러나 그녀의 날개 윗색깔은 이 세상  어떤 색보다 아름다웠다

 

 

 

 


나는 그녀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기어가는 방향을 바꾸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날개색을 가진  아가씨의 얼굴은 어떨까

난 그녀의 용모가 보고 싶었다

십센치미터씩 그녀를 향한  포복이 시작되었다

 

 

 

 

아!  어찌도  이리  예쁠까

날렵한 더듬이 하며 머리에 세로로 생긴 흰띠줄 무늬하며

날렵하고 단아하며 새초롬하고 정갈하였다

조금더 욕심을 내어  더 다가갔다

 

 

 

 

와우!  이젠  그녀의 숨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았다

내 주의는 온통  그녀의 신비한 사파이어색깔로 넘쳤고

그녀의 발걸음 하나하나 더듬이짓 하나하나 다 눈에 들어왔다

정말 숨이 턱턱 막혔다

숨이 아니 막혀도  숨을 쉴 수가 없다

그녀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숨을 감추어야 했다

 

 

 

 


 

아  어쩌면  좋아

난 그녀의 등에 난  솜털까지 보고 말았다

사파이어색은 보는 각도에 따라 휘황찬란하게  바뀌었다

그녀의 입술이 보일락말락

더듬이는 이제 마디마디 다른 색깔도 보였다

나는 욕심을 더 부렸다

그녀의 숨소리를 듣고 싶었다

아니 숨소리가 아니라 그녀가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무슨 노래인지 듣고 싶어서 십센치미터를 더 다가섰다

아!

그러나 나는 그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조금만  참을걸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