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바랭이

noseein 2006. 10. 27. 04:22

 

 

 

 

 

 

 

 

 


바랭이 


                          김종태




바랬던 내가 바보지

하늘만 바라보고 팔 벌려

아무리 모진 세상이라도

너만은 마지막 꿈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무심할 줄이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길길이 날뛰는 너희는

천둥 벼락도 무서워 않으니

어찌 너희들이 하늘일 수 있으랴

가슴은 시퍼렇게 멍들었단다


그래도 무너지지 마

우리 같은 사람이 믿을 건

그래도 너밖에 또 있겠니

무너질까 봐

떠받치고 있단다 


 

 

 

 

 


바랭이 2



                     종태



주인도 채소도 싫어하는 그야말로 잡초다

잔디마저도 싫어하는 그래 나 잡초다

매일같이 돋아나는 수염처럼

매일 치솟는 그리움을 버릴 줄 몰라


무정한 하늘을 향해

한푼 줍쇼 하고 손벌린다

눈길 한번 안 주는 그 사람에게

한번 안아줍쇼 하고 팔 벌린다


시치미 떼는 데 익숙한 너는

산소의 잔디인냥 콩밭의 콩인냥

그럴 듯한 화장을 하고 있지만 너나 나나

땅에 뿌리 박고 하늘 바라고 사는 건 피차 매일반이다




 



바랭이

벼목 화본과의 한해살이풀.

영어: finger grass

Digitaria sanguinalis

밭에서 흔히 자라는 잡초이다. 밑부분이 지면으로 벋으면서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고 곁가지와 더불어 40∼70cm로 곧게 자란다. 잎은 줄 모양이며 길이 8∼20cm, 나비 5∼12mm로 분록색 또는 연한 녹색이다. 잎혀는 길이 1∼3mm이고, 잎집에는 흔히 털이 있다.


꽃은 7∼8월에 피고 수상꽃차례를 이루며, 꽃이삭은 3∼8개의 가지가 손가락처럼 갈라진다. 작은이삭은 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같이 달리고 연한 녹색 바탕에 자줏빛이 돌며 흰 털이 있다. 포영(苞潁)은 1개이고 작은이삭보다 길다.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세계의 온대에서 열대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


이와 비슷하지만 털이 없는 민바랭이(D. violascens)와 꽃이삭가지의 가장자리가 밋밋한 좀바랭이(D. chinensis)가 있다.


마당.계조자초,홍수초,가마당,바랑이 등으로 부른다. 퇴비용, 목초용으로 쓰이며 대게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 아이들이 이 바랭이로  조리를 만들어 논다.


박종국님의 글


시골에 살다보니 논밭에 어우러져 있는 잡풀을 뽑다말고 농투성이들의 한숨이 겨워진다. 뽑아도 뽑아내어도 사라지지 않는 잡풀들의 생명력을 질기다. 사람들은 필요에 의해서 곡식만을 가꾸려하지만, 풀들도 제각기 자신만의 독특한 생존방식이 있다. 옥수수처럼 길고 가는 식물들 곁에는 대개 바랭이나 달개비가 붙어살고, 콩이나 감자 같은 식물 주위에는 어김없이 까마중이나 비름, 명아주가 함께 자란다. 감자밭에 바랭이나 달개비가 자란다면 금세 눈에 띄어 사람 손에 거들 난다. 그렇기에 그네들은 보호색으로 자신을 감추듯 가장 닮은 곡식 곁에서 여유작작하게 자라고 있다. 풀들도 곡식과 어우러져 살아가다 보니 자신의 삶을 터득한 것이다. 사람 사는 이치도 이와 같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소로와 전우익 선생의 참삶이 담긴 역작을 일독해 볼 가치가 있다. 

자연 속에서 풀들에게 배울 것은 그것분만이 아니다. 모질고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이 일어선 잡풀들 뿌리의 힘을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모든 알곡들이 그러하겠지만 바랭이·달개비·비름·맹아주·까마중의 뿌리 힘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풀 한 포기를 건사하는데도 온갖 정성과 노력을 다해야 한다. 자연의 가르침은 작고 보잘것없으며 소박한 것에서부터 비롯됨을 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