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
이 야고를 찾으려고 3년 동안 가을에는 억새밭을 기어다니며 누볐다
야고
김종태
당신의 뿌리에 달라붙어서
거기만이 내 세상 전부랍니다
가진 것은 보이지도 않는 몇장 잎사귀
내세울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훤출한 당신 키 올려다 볼 수도 없고
가끔 당신이 불러주는 사사샥 노래소리
그 꿈결 같은 소리에 하루를 자고 깨어서
내게는 오로지 당신뿐이랍니다
당신의 핏빛 정열 그 하나만으로
당신이 나누어주는 영양분 그 하나만으로 사는 나는
외로운 달밤 당신의 쓸쓸함도 달래주지 못하는
사랑한다기는커녕 고맙다는 말조차 못하는 나랍니다
찬바람 부는 가을 어느날
당신의 숨겨진 핏빛을 닮은
꽃 한송이 달랑 피워 올립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당신 없이는 나는 살 수 없는
야고라는 것을 널리 알리는 일뿐인데
사람들은 내 이름도 모릅니다
내 모습은 더더욱 모릅니다
왜냐하면 나는 원래
당신의 그늘에 숨어 사는 야고이기 때문입니다
야고
Aeginetia indica L.
열당과 일년생 기생식물
꽃 모양이 담뱃대를 닮아서 담배대더부살이라고 한다. 보통 억새 뿌리에 기생하고 양하와 사탕무 뿌리에도 기생한다. 줄기는 매우 짧아 거의 땅 위로 나오지 않으며 털이 없고 몇 개의 잎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비늘 조각 같으며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다.
꽃은 9∼10월에 붉은빛이 강한 연한 자주색으로 피고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몇 개의 꽃자루 끝에 옆을 향하여 1개씩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가 10∼20cm이고, 꽃받침은 배 모양이며 길이가 2∼3cm이고 끝이 뾰족하며 뒷면에 모가 난 줄이 있고 한쪽이 터져서 화관이 옆으로 나온다. 화관은 통 모양이고 길이가 3∼5cm이며 끝이 얕게 5개로 갈라진다.
수술은 4개이고 그 중에 2개가 길며 화관의 통부에 붙어 있다. 암술은 1개이고, 씨방은 1실이다. 열매는 삭과이고 길이 1∼1.5cm의 둥근 달걀 모양이고 많은 종자가 들어 있다.
네이버 호야(hoya6781) 님의 글
야고 !!
너무도 여리어 손길만 닿아도 사르르 ~~
녹아버릴것만 같은.
억새의 보살핌이 없으면 차마 꽃 한송이 피우지도 못할 들판의 고독한 나그네
야고 !!
야고는 질기디 질긴 억새의 뿌리에 얹혀사는, 말하자면 억새의 영양분을 야금야금 훔쳐 먹는 기생식물입니다
보통의 식물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엽록소가 없어서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제 성장에 필요한 양분을 온전히 억새의 뿌리에 의존합니다
8 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무성한 억새의 잎새들은 제 잎에서 생산한 양분을 제 뿌리로 보내줍니다. 어미가 갓난 아기에게 젖을 물리듯 조금씩 흘려보낸 양분으로 야고는 힘줄 같은 줄기를 뻗어내고 마침내 꽃을 피우지요
억새의 이삭이 패어나기 전에 야고는 서둘러 꽃을 피워냅니다
빌어먹는 주제에 억새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기가 미안했던 게지요
화려하지도 요란하게 치장하지도 않은 야고의 담백한 꽃은 수줍은 듯 해마다 9 월이면 담자색의 꽃잎을 열어젖힙니다. 줄기 끝에서 다소곳이 고개를 숙인 채 피어나는 야고의 꽃잎은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억새에게 목례라도 하듯 단정하면서도 비굴하지 않게 적당한 각도로 절을 하면서 꽃잎 끝에서 단아한 미소를 짓습니다.
꽃잎 속에서 씨앗이 여물고 나면 꽃잎은 미련 없이 스러집니다. 연분홍의 꽃잎은 초췌하다 못해 너무 야위어 형체조차 없어지고 단단하던 노란색의 꽃덮개는 검게 그을러 가지요.
무어 아쉬울게 있었겠습니까
억새에게 빌붙어 사는 인생 제 자식 하나 품었으니 이제 홀연히 떠나야겠지요.
네이버 이여사님 글 (annemyungg)
단순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야고'
꽃마다 만나면 그 느낌이 다릅니다. 같은 꽃을 만나도 서있는 자리에 따라서 또 다른 삶의 소리를 들려줍니다. 똑같은 꽃이라도 바위나 해안에 피어있는 것이면 또 달라 보입니다.
어떤 꽃은 만나기도 전부터 이런저런 단상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꽃은 렌즈에 멋있게 담기기까지 했어도 도통 그에 대한 글을 쓸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육지 것'에 대한 경계인지 야고는 쉽게 자신에 대해서 글을 쓰게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해 감자를 심을 때 감자종자를 담은 컨테이너를 들고 낑낑거리고 감자밭으로 걸어가다 돌부리에 걸려서 '철퍼덕!' 넘어졌습니다. 얼마나 아픈지 엎어져서 정신이 없는데 억새 사이에 보라색 꽃이 보였습니다. 정신이 확 들더군요. '저게 도감으로만 보던 야고라는 꽃이구나!'
그렇게 야고와 눈맞춤을 한 이후 이른 봄 고사리를 꺾을 때에 검은 빛깔로 바짝 마른 야고의 흔적들을 보았고, 올 가을에도 역시 감자를 심으러 간 길에서 야고를 만났습니다. 일년생의 기생식물이면서도 어김없이 또 피어나는 야고가 고맙습니다. 억새풀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어찌 생각하면 기생식물은 얄밉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기주식물들의 노력을 취해야만 자라는 식물, 그것이 지나쳐서 때로는 기주식물을 죽이기도 하니 그렇게 탐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야고는 제주에만 있음으로 인해 특별한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다소곳이 고개를 땅으로 향하고 있는 모양새에서 억새의 노력을 취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숙여 고맙다고 말하는 듯해서 밉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의 노력을 빼앗기도 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인식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마치 능력인 것처럼 믿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감사는 못할지언정 오히려 군림을 하려합니다.
기생식물인 야고는 억새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무성한 억새풀 속에서 보랏빛의 꽃을 피우는 야고를 보면 오히려 억새가 야고의 몫까지 따스한 햇살이 주는 영양분을 비축해 두었다가 나눠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죽죽 뻗은 줄기가 너무 밋밋해서 야고로 치장을 한 것은 아닌지, 자기가 가지지 못한 색깔을 야고가 가졌으니 억새가 붙잡아 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님이 아니라 이미 야고는 억새의 친구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다른 기생식물들이 그렇듯이 야고는 아주 '단순하게(simple)' 생겼습니다. 갈색의 줄기가 길게 올라와 꽃받침 같지도 않은 비늘에 싸여 보라색 꽃을 피우는데 꽃잎도 조금씩만 갈라져 통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단순함'은 제가 붙잡고 살아가는 삶의 화두 중의 한 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섯 가지 화두를 붙잡고 살아갑니다. 어찌 보면 현대사회에서 뒤처지기 십상일 것 같은데 오히려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어떤 지름길 같은 것이 희미하게나마 보입니다.
그 다섯 가지는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큰 것과 대비되는 작은 것, 얼짱이 아닌 못 생긴 것, 복잡하지 않는 단순한 것과 낮은 것'입니다.
야고는 단순하게 생겼다고 했습니다.
진리는 쉽고 단순합니다. 복잡하지도 않고 포장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배우지 못한 사람들도, 어린 아이들도 '아, 그것이구나!'하는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진리'입니다. 그러한 진리야말로 우리를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야고의 꽃말을 지으라면 '단순한 아름다움 또는 단순한 진리'라는 심오한 꽃말을 붙여주고 싶습니다.
가을 바람에 억새는 외로워 이파리를 떨고
외로움은
그 깊은 억새의 뿌리까지 전해졌나 보다
억새의 뿌리에 잠자고 있던 그가
억새에게 물었다
"왜, 외롭니?"
"가을이니까."
"그럼 나에게 너를 나눠줄 수 있니?"
"나눠준다는 것이 무엇인데?"
"사랑이야, 네가 가진 것을 나에게 준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러면 외롭지 않을까?"
"그러나 네가 죽을지도 몰라."
"무엇을 주면 되는 거야?"
"그냥 그렇게 나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자작시-야고>
어쩌면 식물세계에서의 기생식물은 기주식물이 가지지 못한 또 다른 아름다움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억새가 보랏빛을 간직할 수 없으나 억새가 간직한 것만으로 피어나는 야고가 보랏빛 꽃을 피우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어쩌면 기생하지만 동시에 공존하고, 더불어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그 누군가를 위해 봉사함으로 인해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그 사람이 해 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또한 우리가 기뻐할 수 있다면 거기에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시작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네이버 여울각시님 글(bubu650)
오글오글 모여 있는데
만지면 툭 부러질 것처럼 꽃대가 가녀려서
차마 만져보지를 못하고
공작부인 알현하듯이 쳐다만 보고 돌아왔다는...
억새밭이니 완전무장을 하는 것이 신상에 이롭겠네요.
전 차례 지내고 그 차림 그대로 갔다가
무지 조심을 한다고 했건만 여기저기 억새에 스쳐서
쓰라림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영광의 상처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열당과로 억새에 기생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줄기가 한 뼘 남짓 올라오고 그 끝에 분홍색의 독특한 꽃이 하나씩 달린다.
꽃은 9월에 피며 원통모양이고 손가락 두 마디쯤 된다.
꽃잎 끝은 5갈래로 약간 벌어져 나풀거리며 꽃 속에 수술과 암술이 있다.
수분이 되면 둥근 열매가 달리고 익으면 벌어진다. 열매에는 작은 씨앗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잎이라고 볼만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고 뿌리 근처에 갈색의 비늘잎 같은 조각이 몇 장 있다
한방에서는 가을에 식물체 전체를 생으로 혹은 말려서 쓴다. 생약명도 야고다.
청혈, 해독에 효능이 있어 인후통, 요로감염, 골수염 등 몇 가지 증상에 쓰인다.
염증이 있는 곳에 생으로 찧어 바로 바르기도 한다.
꽃은 관상용으로 가치가 있어 보이지만 키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므로
아예 포기하는 것이 좋다고... 우리나라에는 제주와 하늘공원에 자생한다.
서울의 한복판에서 야고가 자랄 수 있는 것은 억새를 제주에서 공수해왔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