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뿌리풀
달뿌리풀
김종태
내가 설 자리가
여기밖에 없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모래라도 움켜쥐는 일밖에 없어요
내가 재주 부려봤자
줄기 길게 뻗는 것밖에 없어요
물 한 방울 바람 한 줌 모래 한 알
하나라도 나에겐 소중하지요
바람은 억세게 불고요
땡볕은 내려쬐고요
그렇게도 외로왔던 밤에는
달빛만이 놀러오지요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개천을 붙잡고 몸부림치는 일만 남았어요
어쩌다가 홍수가 한번 나는 날에는
몽땅 쓸려가는 것도 운명이지요
달뿌리풀
학명 Phragmites japonica Steud.
분류 화본과
지방명 달, 덩굴달, 달뿌리갈(북한) 용상초(龍常草), 용수염풀
냇가에서 모래땅에 뿌리가 달려가며 자란다고 달뿌리풀이라 부른다.
하천 중.하류의 모래땅에서 자란다. 뿌리줄기는 마디에서 뿌리를 내면서 땅 위로 뻗고 속이 비었으며 마디에 털이 빽빽이 있다. 높이는 2m에 달한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가 10∼30cm, 폭이 2∼3cm이며 끝이 뾰족하고 밑 부분이 잎집으로 되어 줄기를 둘러싼다. 잎집의 윗부분은 자줏빛이 돌며 잎혀는 짧은 털이 줄지어 난다.
꽃은 9월에 피고 길이 25∼35cm의 자주빛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달린다. 가지는 거의 돌려나고 작은이삭이 빽빽이 있다. 작은이삭은 길이가 7∼12mm이고 3∼4개의 작은 꽃이 들어 있으며, 가장 밑에 있는 꽃이 수꽃이고 다른 꽃은 양성화이다.
갈대는 비교적 꽃이삭(원추화서)이 촘촘히 달려서 한쪽 방향으로 모여서 고개를 숙이고,
달뿌리풀의 원추화서는 비교적 엉성하게 사방으로 퍼지면서 달린다.
전반적으로 갈대보다는 작은 편이며 잎이 한쪽 방향으로만 달리는 경향이 있다.
갈대의 꽃이 노란연두임에 반해 달뿌리풀은 자주빛이 돈다.
갈대의 잎이 어긋나기인데 반해 달뿌리풀은 대부분 한쪽방향으로 달린다.
기는줄기를 뻗는 특성이 있다.
갈대는 줄여서 갈이라 부르고 달뿌리풀은 줄여서 달이라 부른다.
뿌리줄기는 마디에서 뿌리를 내면서 땅 위로 뻗는데 이 때문에 달뿌리풀(뿌리가 달리는 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기는줄기(포복지)로 새로운 군락을 만들기도 한다.
달뿌리풀을 쉽게 구분해 내려면 개천 또는 강가 모래땅에서 자라면서 땅 위로 기는줄기가 이리저리 뻗고(마치 물을 건너듯) 그 마디 마디 사이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을 찾으면 된다. 갈대에는 이런 땅 위로 기는 줄기가 없다.
달뿌리풀이 갈대보다 줄기가 가늘고 갈대보다 더 깨끗한 물가에서 자란다.
작은 개천가나 돌망태로 개천가 벽을 쌓은 곳에 전깃줄처럼 이리저리 뻗어나가면서
걸치적거리는 것이 달뿌리풀이다
여름의 강가에 가보면 달뿌리풀,고마리,갈대 등이 하천을 뒤덮고 있다. 이들 생물은 웬만해선 푸르름의 기세가 꺽이지 않는다.
달뿌리풀 뿌리는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폐경·위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진액을 늘리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숙취를 없애며 간을 보호한다.
달뿌리풀은 하천의 수질정화와 경관조성을 위한 관상용, 약용 및 공예용으로 사용한다. 달뿌리풀은 갈대와 같이 하천의 수질정화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에 도시하천의 수질정화와 경관조성을 위해 많이 활용되고 있다.
곽승국(자연과 사람들) 님의 글
물가에 사는 이들 식물들은 특징이 있다. 첫째로 뿌리가 튼튼하다. 뿌리가 서로 연결돼 하천의 바닥을 움켜잡고 있다. 그래서 웬만한 물에는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두 번째로 매우 생장력이 높다. 약간의 상처쯤이야 이내 새싹들이 대신한다. 셋째로 부드럽다. 그래서 세찬 물살에도 누워 흔들리다가 이내 물살이 느려지면 다시 하늘을 향한다. 그 중에서도 달뿌리풀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달뿌리풀은 중상류에 주로 사는 수생식물로 물 흐름이 느린 곳에 뿌리를 내리고 차츰 줄기를 내 하천바닥을 기어가면서 마디마디에 뿌리를 내려 하천을 덮어간다.
이 풀이 하천을 점령하면 흙이 뿌리 사이로 쌓이고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안정화된 하천은 웬만한 홍수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 자란 식물은 하천 바닥을 보호하고 유속을 감소시키며 민물고기나 수서곤충 등의 피신처 역할도 하게 된다.
달뿌리풀
도종환
햇볕에 쩍쩍 바닥이 갈라지는 모래밭에선
물 한 방울에 목숨을 거는 모습으로 살았습니다
큰 물에 모든 것이 뒤집히고 떠내려갈 때면
외줄기 생명으로 버티며 살았습니다
독하게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몸에 가시가 돋았지만
이렇게 살아온 내 목숨의 표시일 뿐입니다
그러나 한번도 내가 먼저 남을 찔러본 적은 없었습니다
뜻없이 남을 해쳐본 적도 없었습니다
평생 화려한 꽃 한번 피워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평온한 날이 오면
풀줄기 몇잎 키워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저도 하느님이 생명을 주신 풀입니다
달뿌리 이렇게 이름 석자도 지어준 풀입니다
달뿌리풀
문인수
달뿌리, 달뿌리풀을 아시는지요.
강변에 많이 박힌 달의 발자국, 달의 뿌리를 보셨는지요.
마디 마디 거듭 뿌리 내리는
달의 긴 긴 질긴 넝쿨은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물먹은 모래를
한입씩 가득 묵직하게 물고 있고요 그렇듯
그립다, 그립다는 말
다시 한번 힘껏 박아두는 것이지요.
폭풍 지나고 지금은 또 그믐입니다.
실눈 가늘게가늘게 뜨고 미간 째지게 더듬어 가는 달, 암흑 속에서도 달의 머나먼 길은 낫 끝으로 깊이 그어놓은 듯 늑골 아래 여전히 그대로 있습니다.
버석거리는, 소태같은 나날이 미어지게 꽉차 흘러갑니다.
만월 환하듯 저 언제, 또 당신을 만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