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중대가리풀

noseein 2006. 9. 21. 06:28

 

 

 

 

 

 

 

 

 

 

 


  중대가리풀 1


                             김종태




  가장 낮게 자리하게 해 주소서

  낮은 자리에서 하늘을 꿈꾸리이다

  아무것도 보잘것없게 해 주소서


  아무도 나를 거들떠보지 않게 해 주소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잡초가 되리이다

  끝없이 겸손하게 해 주소서


  늘 버림받게 해 주소서

  모든 것 다 받아들이게 해 주소서

  나는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게 해 주소서






  중대가리풀 2



                                  김종태




  그래, 정 그렇다면 도리없지

  사랑도 사람이 하는 것이거늘

  둘 다 적당히 좋아야지

  치우치는 것은 못할 짓이구나


  누가 우리를 속속들이 알든

  또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 기억하든

  그런 것들 이젠 무슨 소용 있으랴


  슬픈 누가 우리를 불두초(佛頭草)라 부르든

  개구쟁이 누가 중대가리풀이라 부르든

  남들이 부르는 의미는 또 무엇이랴

  이미 너와 나의 노래가 다른데


  생생한 기억만큼 때로는 추억하면서

  또 몇십년 뒤에 흑백영화처럼 가물거릴 때

  잊기도 하면서

  그때에는 이름조차 다 잊었을 것을





  중대가리풀  Centipeda minima <L.) A. Br. et Aschers

  밭 근처에서 납작하게 깔리어 흔히 자라는 국화과 일년초.

  무리지어 난다.

  줄기는 땅 위를 기면서 옆으로 10∼20cm 뻗고 마디에서 뿌리가 내리고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 끝과 가지가 비스듬히 서고 높이가 10cm에 달한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7∼20mm의 주걱 모양이며 끝이 둔하고

  밑 부분이 쐐기 모양이며 윗부분 가장자리에 톱니가 약간 있고 뒷면에 선점(腺點)이 있다.


  잎은 어긋나고 주걱형이며 꽃은 7-9월에 잎겨드랑이에서

  두화가 한 개씩 달린다. 꽃은 지름 2-3 mm 이고

  꽃은 잎겨드랑이에 두상화(頭狀花:꽃대 끝에 꽃자루가 없는

  작은 꽃이 많이 모여 피어 머리 모양을 이룬 꽃)가 1개씩 달린다.

  두상화는 지름이 3∼4mm이고 녹색이지만

  가끔 가운데 부분이 갈색이 도는 자주색도 있으며

  그 자주색에 양성화가 10여 개 피고 그 둘레에 암꽃이 있다.

  총포 조각은 긴 타원 모양이고 길이가 같다.

  양성화는 화관이 4개로 갈라지고 암꽃보다 수가 적으며 노란색이다,

  암꽃은 크기가 매우 작고 통 모양이다.

  열매는 수과이고 길이가 1.3mm이며 가는 털이 있고 5개의 모가 난 줄이 있다.






[강우근의 들꽃이야기](39) - 중대가리풀



강우근



추적추적 내리는 비만큼 무거워진 마음을 조금 비워 보려고 절에 갔다. 자기를 비우고 낮추는 곳, 절이 절이 아니다. 절은 온갖 욕망들이 모여 들끓었다. 그걸 노리고 복을 파는 호객 행위로 절이 시끌시끌하다.



절 집 안 한 편엔 커다란 독재자의 영정이 걸려 있고, 그 맞은편엔 왕 회장의 영정도 그 만한 크기로 걸려 있다. 사람들은 무얼 빌면서 그 사진들 앞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는 걸까?



일엽초가 자라던 축대는 헐리고 대신 그 자리엔 십이 지신을 새겨 넣은 돌로 꾸며져 복을 바라는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중대가리풀이 자라던 절 가장자리도 파헤쳐져서 동전을 던져 넣는 연못 따위로 바뀌어 버렸다. 한 치 틈도 없이 여러 가지 맞춤형 '복' 상품들이 빼곡히 들어찬 절은 백화점과 다를 바 없었다. 마음이 더 무거워져서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길가에 중대가리풀이 소복소복 자라고 있다. 중대가리풀은 길가에서 자라나 사람들 발에 밟히며 살아왔다. 전엔 중대가리풀이 절 둘레에도 많이 자랐다. 들이나 길가에 자라던 것들이 사람 발길에 묻어서 절 마당에 들어가 자라났던 것일 게다. 이제 깨끗하게 정리된 절 둘레엔 중대가리풀이 자랄 여유가 없다.



중대가리풀 잎 겨드랑에 스님 머리 같은 꽃이 한 개 두 개 피어나고 있다. 그걸 보니 이제 확실히 여름인가 보다. 중대가리풀 꽃은 말이 좋아서 꽃이지 눈을 크게 뜨지 않으면 볼 수조차 없다. 지름이 3∼4㎜쯤 되니까 정말 코딱지 뭉쳐 논 크기다. 그런데 이것도 여러 개 꽃이 뭉쳐서 이루어진 꽃송이다.



중대가리풀은 국화과에 속하는 꽃이다. 국화과 식물은 작은 꽃들이 뭉쳐서 한 송이 꽃처럼 핀다(두상꽃차례). 대개 가운데 피는 꽃에는 꽃잎이 없고 둘레에 피는 꽃에 혓바닥 같은 꽃잎을 한 장씩 달고 있다. 하지만 중대가리풀은 둘레에 피는 꽃에도 꽃잎이 없다. 중대가리풀 하나하나 낱낱 꽃은 거의 먼지만한 것이다.



어떤 이가 하는 이야기다. 절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서 중대가리풀을 보고 있는데 스님이 다가와 그게 무슨 풀이냐고 물어서 대답을 못하고 당황했었단다. 중대가리풀은 '너 중대가리 풀이지?' 하고 놀려도 '나를 알아줘서 고마워!' 하며 소박하게 웃을 거 같은 꽃이다.



중대가리풀은 가난한 풀이다. 그렇지만 궁색하지 않다. 한여름 더위에 커다란 가로수 잎사귀가 축축 늘어져 있지만 그 아래 중대가리풀 싱싱한 잎사귀는 당당하기만 하다. 세상엔 하찮은 것이란 없다. 단지 서로 다를 뿐이다.



절에서 중대가리풀 찾기가 어려운 만큼 절에서 중 찾기가 어렵다. 되레 길에서 만나는 노숙자가 중 모습이다. 중대가리풀을 보고 있자니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