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혼인
요즘은 주로 결혼식이라고 말하는데
옛날에는 혼인이라고 불렀다
법적인 용어도 아직은 혼인이다
結婚 은 두 사람을 엮어 부부가 되게 하다 라는 느낌이 들고
婚姻 은 두 가족도 엮어 부부가 되게 하다 라는 느낌이 있다
결은 단지 두 사람만 법적인 요건으로 묶는 것이고
혼인은 양가족이 함께 엮어져 있다
婚(혼)이라는 글자에는 아내의 친정식구들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고
姻(인)이라는 글자에는 남편의 시집식구들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옛날 혼인은 인륜지대사라고 하여 아주 격식에 맞게 신중하고 엄숙하게 치루었다
요즘 여인들이 들으면 기절할 이야기지만
삼종지례 칠거지악 등등 요즘 민주화시대의 개념으로는 폐습 같은 풍토가 많았다
얼굴도 보지 못한 두 사람이 중매로 혼인하여 그래도 잘 살았다고 한다
물론 어느 한쪽의 희생과 인내가 있었고 또 사회적 풍토가 다 그랬다는 것은 인정한다
요즘은 서구식 교육과 미국식 민주화로 자라난 세대들이라
결혼도 자기들이 우선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배우자선정은 자기가 주관이다
자기 뜻대로 결정하고 자기 뜻대로 살다가
서로 뜻이 안 맞고 맘이 안 맞고 몸이 안 맞으면
티격태격하다가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합세하면 싸움이 더 커지다가
자존심만 커서 욱 ! 하면 이혼하고 만다
그래도 결혼을 하려는 젊은이들은 조금 낫다
아예 결혼을 하지 않고 엔죠이만 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한다거나
늙을 때까지 나이든 부모에게 얹혀 살겠다는 젊은이들도 많다
요즘 이혼하는 젊은이들처럼 나도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생각했다면
나도 내 아내랑 벌써 세번 정도는 이혼했을 것이다
아주 속이 뒤집어진 일이나 돌아서서 혼자 운 일이나
말도 못하고 한숨을 푹푹 쉰적이 어디 한두번이던가
그때마다 아버지 어머니가 생각나고
나만 철썩같이 믿고 계시는 장인 장모님이 생각나고
죄없는 토끼 같은 두 자식이 눈에 밟히었다
나 혼자 내 생각만 내 고집만 내 주장만 내세웠었다면
아마 30년 살면서 세번은 이혼할 뻔 했었다
인생은 모른다
내가 이혼 안한 것이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결론은 신밖에 모른다
그러나 나는 말하고 싶다
결혼은 두 사람만의 문제이지만 혼인은 양가와 자식이 엮어져 있다
결코 혼자가 아니다
죽을둥 살둥 살아라
이를 악물고 살아라
아니면 대판 싸워라
지지고 볶고 오십년을 사는니 대판 싸우다가 죽는 것이 낫다
아내나 남편을 들들 볶아 내 취향대로 만들라
몇십번 몇년 그렇게 해도 안되면 포기하고 살아라
그래도 정 포기도 못하고 참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한다면
미련없이 이혼하라
대신 이혼의 아픔과 상실과 짐은 각자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