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2 詩

등불

noseein 2006. 3. 4. 07:17

 

 

등불

 

                          김종태

 

 

등불은 눈부시지 않다

눈을 부시게 하는 것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다

더 밝은 불빛 아래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한 구석을 지키고 있다가

어두워져야지만 빛을 내는 등불

 

등불은 요란하지 않다

애써 눈길을 모으지 않는다

화려하지도 않고

오로지 제몸을 태워

자기의 역할을 다할 뿐이다

 

등불은 보아달라 애쓰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에게 늘

거기 그렇게 묵묵히 있을 뿐이다

어두운 사람이 찾지 않으면

등불은 또 그렇게 때를 기다릴 뿐이다

 

언제 어디서라도

나는 너의 등불이 되고 싶다

네가 찾지 않으면 있는 듯 없는 듯

네가 찾을 때에는 언제라도 기꺼이

내 한몸 태우는 너의 등불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