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길
그래도 아직은 좋을 때란다
noseein
2005. 12. 9. 05:43
새파란 청춘이 아니어도 좋았다
누렇게 부황이 떳어도
또는 빨갛게 멍이 들었어도
그저 나무에 매달려 있었을 때가 황금기였다
속절없이 영원할 것 같던 끈을 놓고
나와는 상관없다던 땅으로 곤두박질 쳐서
철모르는 다른 낙엽들과 수북히 뒤엉켜
바스락거리며 떠들 때만도 그런대로 견딜 만했다
개구장이 바람이 홱홱 휘몰아쳐
온통 이리저리 휘몰려 굴러다니다가
새벽마다 찬서리에 하얗게 질려가며
갈 길 몰라 서성이고 바장이는 마지막 낙엽의 신세가 되어도
그래도 아직은 좋을 때란다
때가 되면 어느 구석에 콱 쳐박혀
지은 죄를 참회하며 오그라지고 모지라지고 사그라져서
한줌 흙으로 돌아간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