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댕댕이덩굴

noseein 2005. 5. 11. 10:11


 

 

    댕댕이덩굴

 

                     김종태

 


  홀로는 서지도 못해
  휘청휘청 남을 의지하고
  딴에는 해본다고 발버둥
  피워봐야 꽃 뵈지도 않는다
  뻗어봐야 서발 남짓
  살아서 무엇을 할까
  몸부림치며 댕댕거려봐도
  무엇 하나 변변치 않다

  그래
  때가 되면 때가 올 것이다
  날 찾는 쪼글쪼그한 낡은 눈들이 있다
  배고픈 박새가 눈빛이 반짝일 것이다
  바구니 짜는 할아버지 눈빛이 반짝일 것이다
  비록 변변치 못하게 살았지만 나 죽어선
  시푸르등등하게 바구니로 살아 남아
  온갖 귀한 것 다 품어 볼 것이다

 

 


 댕댕이덩굴  Cocculus trilobus(THUNBERG)DC.
 방기과의 낙엽덩굴로 산가장자리나 들에 자란다.
 길이 3미터에 달하며 줄기와 잎에 털이 있으며 잎 끝은 뾰족하고
 꽃은 6월에 황백색으로 잎겨드랑이에서 원추꽃차례를 이루어 핀다.
 열매는 지름 5~8mm의 공 모양이고 10월에 검게 익으며 흰가루로 덮여 있다.
 줄기는 바구니 등을 만드는데 쓰이고 한방에선 열을 다스리고 신경통, 류머티즘,
 이뇨 등에 사용하며 유독성 식물이다. 뿌리를 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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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댕댕이 바구니


전날 저녁 거창읍 시장 안에 있는 죽물상회에서 댕댕이바구니를 많이 겯는 동네 이름을 알 아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서둘러 물어물어 경남 거창군 웅양면 신촌리라고 하는 그곳을 찾 아갔다. 가난이 구석구석 밴 초라한 동네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온통 시멘트 칠을 한 잘사 는 동네보다는 훨씬 정겹고 다행한 조건이다.

 

누군가가 이장 부인이 그런 것을 잘 엮는다고 가르쳐 주어 차에서 내려 곧바로 이장 집으로 갔다. 그러나 그곳은 대문은 활짝 열려 있었으나 아무리 불러도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이장 부인은 부산에 갔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두 그 옆집에 모여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아니나다를까 심보배 할머니 집에 들어가니 안방에 가득 앉아 있던 아주머니들이 무슨 일인가 의아한 얼굴로 마루로 나왔다. 기웃하고 들여다보니 방에는 엮다 만 풀줄기들이 널려 있었다. 우리가 찾아간 목적을 말하자 심보배 할머니는 그 풀줄기들을 마루로 들고 나와 보여 주었다. 때깔이 희고 고운 것과 푸른 것 두 가지가 있었다. 희고 고운 것은 인동덩굴이고 푸른것은 댕댕이덩굴이라 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인동덩굴도 있었는데, 불그죽죽하고 지저분해 그 속에서 그런 속이 나왔으리라고는 상상이 안될 정도였다.

 

인동덩굴로 바구니를 엮기 시작한 것은 불과 8년 전부터라고 했다. 그 전에는 왜 엮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몰라서 그랬노라는 대답이었다. 인동덩굴은 봄과 가을 두 차례 채취한다. 걷어다 세 시간 정도 푹 삶아 껍질을 일일이 벗기고 맑은 물에 다시 깨끗이 씻어 말려 놓는다. 엮을때는 그것을 다시 물에 잠시 불리는데 그렇게 한 인동덩굴은 색이 뽀얗고 보들보들했다. 할머니는 손녀딸 시집 갈 때 준다고 인동덩굴로 크고 작은 바구니를 꽤 많이 걸어 놓고 있었다.

 

댕댕이를 이 고장에서는 장두레미 또는 장데미라고 했다. 제주도에서 정당 또는 정등이라고 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한 명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댕댕이는 가을 한철 채취하는 식물이다. 한창 잘 자란 댕댕이는 두 발 이상, 어떤 것은 세 발이 넘는 경우도 있다. 댕댕이는 껍질을 벗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는 말려 놓고 쓰고 있었는데, 이 고장에서는 걷어 온 즉시 엮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아직 빛이 새파란 댕댕이덩굴이 있었는데, 작년에 걷어 비닐에 싸 놓아 그렇다고 했다. 그것은 세월이 지나면 검은 갈색으로 바뀐다. 여름에 곰팡이가 나기 쉽고 더러 좀벌레가 생기기도 하지만 잘 하면 수십 년도 쓸 수 있다. 그러나 이 고장 여인들 사이에서는 인동덩굴보다 인기도가 훨씬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인동덩굴이 댕댕이보다 더 질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때깔이 희고 깨끗한 데에 원인이 있는 것 같았다.

 

보통 바구니는 하루 꼬박 엮으면 하나 정도 엮고 작은 것은 두세 개 엮을 수 있다고 한다. 큰 것은 하나에 3,000~4,000원이고 작은 것은 1,000~2,000원이며 합천 해인사 부근이나 무주 구천동 쪽에서 많이 사 간다. 주로 농한기에 작업하고 겨울이면 아주머니들이 한방에 모여 앉아 경쟁하듯 엮는다고 했다.

 

우리는 재료의 갖가지 상태를 일일이 찍고 할머니가 바구니를 엮기 시작하는 과정도 찍었다. 연장은 재료를 끼울 때 사이를 벌리는 침, 촘촘히 하기 위해 잡아당기는 갈고리, 수염 따위를 자르는 전지 가위, 이 세 가지가 전부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산에 올라가 댕댕이와 인동덩굴을 찍었고 에음, 즉 테두리를 돌리는 다래덩굴도 찍었다.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짚풀문화/글  인병선/현암사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