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2 詩

화로

noseein 2015. 9. 19. 11:32

 

 

 

화로

 

 


  참나무 희나리는커녕
  마들가리 죽대기도 변변치 않아
  검불 짚불 삭정이 솔가리

 

  미더운 불돌 가슴에 얹으면
  쑤셔대는 부젓가락에도 이젠 꿈꾸지 않아
  때로는 진주인 냥 인두도 품고
  모르는 체 알감자 고구마 밤도 기르며
  다리쇠 위엔 뚝배기도 보그르르

 

  올망졸망 오손도손 곱은 손 녹일 때
  매콤한 잿내음 시린 코에 포근하고
  문풍지에 떨던 외풍 수줍어 스러지다

 

  언제나 강참숯만 잉걸불이라
  뜬숯도 잿불도 내사 좋구만
  그렇고 그런 한세상 무엇이 급하여
  싱숭생숭 안달복달 조바심
  헤픈 정 애간장에 난딱 옥생각이랴

 

  안으로만 파고드는 야무진 끈기는
  나붓이 무릎 아래 감추고
  알알이 맺히던 진홍빛 옹이는
  스르르르 밤새 사그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