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2 詩
호롱불
noseein
2015. 9. 19. 11:30
네이버 퍼니펀치님의 사진
호롱불
안방 아랫목 벽
두 자 남짓 높이 벽창호
부엌과 겸해 그을린 유리 한 장
호르르 사기 호롱불
가물가물 깜박깜박
나붓이 사려 앉아
다대 깊고 도련 후려 꺾어도
눈과 귀는 희끄무레 들창 밖
바늘귀 어두워 심지 돋울 때
시름 없이 건넛마을 삽살개는
철 없이 짖어 이 밤도 행여나
헤픈 정 뜬마음 고깝지는 않지만
번갯불 번쩍 우르르 꽝
소나기 퍼붓다 햇빛 쨍쨍
그런 모다기 정을 님이여 마소서
어둡지만 한 홉 석유면
밤새워 태워도 남고
어줍지만 한 번 품은 옹이는
평생을 풀어도 남소
보슬비에 베적삼 흠뻑 젖는
뭉근하고 한결같은 잔정을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