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seein
2005. 1. 13. 13:08
그믐달
똑같은 눈썹달 네 어여쁜 눈썹을 닮은 눈썹달이란다 내 파리한 윗입술을 닮은 입술달이란다
너는 나를 큰꿈을 부풀면서 기다리는 초승달로 알겠지만 이미 나는 역할을 다한 그믐달인걸 어쩌겠니 한때는 나도
분명 초승달이었고 반달이었고 온통 네 청춘을 밝히는 보름달이었지만 낮에 뜬 반달로 되더니 이제는 네 잠든 머리맡 새벽
들창가에 잠시 서성이다가 이내 숨어버리고마는 그믐달이 되고 말았단다
네 눈동자만큼 빛나는 태양 아래 나는 늘 하늘 어디엔가 있지만 너는 나를 보지 못한다 눈 비비고 보아야 겨우
보일락말락이다 달은 밤에 그 뜻이 있다고 생각하는 네 앞에서 밤에는 뜨지 못하고 낮에만 하늘을 헤매는 그믐달 나는 온갖
기쁨 다 훔쳤다는 그 죄 하나로 이제 새로운 초승달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너는 혹여 아직도 나를 너의 초승달로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분명히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섣달
그믐달이란다
지고 나면 다음달에 새로 뜨는 초승달이 아닌 스무여드렛날밤도 기약 못하는 섣달 스무이레 그믐달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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